매일신문

"오늘 당신은 몇번 찍혔습니까?"

대구 CC카메라 수만개 설치…사생활 침해 논란

"당신은 하루 몇 번 감시카메라에 찍히는지 아십니까?"

대구의 한 유통회사에 근무하는 김모(33)씨는 25일 오전 집을 나서자마자 엘리베이터 안에서 감시카메라(폐쇄회로 TV)와 마주쳤다. 출근길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자 또 한 대의 카메라가 나타났다. 매표소, 개찰구, 승강장에도 어김없이 카메라의 눈길이 미치고 있었다. 직장에 들어서자 화재감지와 도난 예방을 위한 감시카메라가 눈에 들어왔다.

점심시간 인근 은행의 자동출납기기 앞에서 다시 카메라와 대면했고, 오후 고령쪽으로 출장을 나선 길에선 지하주차장부터 시내도로, 톨게이트, 고속도로로 가는 길에서 수 십대의 카메라를 지나쳐야 했다. 퇴근길엔 구청에서 설치한 쓰레기 무단 투기 및 주·정차 감시용 카메라를 발견했다. 목욕탕 안에서, 집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다시 카메라와 마주쳤다.

감시카메라가 급증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교통법규 위반차량 단속, 범죄예방 및 수사용으로 설치를 늘리면서 시민들은 하루에도 수십 차례 카메라에 노출되고 있다. 대부분 카메라 작동을 알리는 문구조차 내걸지 않아 사생활 침해 여론이 높다.

대구지역의 경우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없다보니 관련 업체만 200여 곳이 성업 중이다. 대구시내 각 도로에는 교통단속 및 상황 파악을 위해 350여 대의 카메라가 돌고 있고, 대구의 8개 구·군에서 쓰레기 불법 투기와 불법 주정차 단속을 위해 44대의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대구시내 일원에 설치된 카메라가 수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대구지역 ㄱ 대학의 경우 2003년부터 도서관내 도난 예방을 위해 열람실에 100여 대의 감시카메라를 운영하고 있다. 경북도내 26곳에 52대의 감시카메라를 운영중인 경북경찰청도 경산 영남대 주변의 주택가 16대 등 올해 중 102곳에 172대의 방범용 감시카메라를 설치키로 했다.

ㅅ전자보안 김정배씨는 "화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저가의 경우 60만~70만 원이면 설치가 가능해 최근 수요가 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감시카메라의 범람으로 사생활 침해는 물론 국민의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ㄱ대학 이모(22·여)씨는 "도난 방지를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어도 사생활을 허락도 없이 찍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외국처럼 촬영 사실을 알리는 문구라도 게시한다면 불쾌감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계명대 김혜순(사회학과) 교수는 "필요에 의해 설치할 수밖에 없다면 사생활 보호를 위한 관련 법규 및 조례 제정 등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공공기관의 카메라에 촬영됐을 경우 해당 화상에 대한 열람 및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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