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억 속으로-청송 용전천 섶다리

한발에 출렁 두발에 향수

경북도내 유일한 추억의 섶다리가 청송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섶다리가 있는 청송읍 용전천엔 요즘 가족단위 나들이객·작가들이 평일 30~50명, 주말엔 100~250여 명씩 몰려 와 카메라와 화폭에 담기 바쁘다.

부모와 함께 찾은 어린아이들은 출렁거리는 섶다리를 신기한 듯 뛰어다니며 연신 함박 웃음꽃을 피운다.

외나무다리라고도 불리는 섶다리에는 이름이 없다.

썩은 개천을 가로 지르는 작은 다리에도 이름이 있지만 섶다리에는 누구도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다.

청송읍사무소 옆 찬경루와 덕리 만세루를 잇는 섶다리는 너비 80cm, 총길이 120m에 이른다.

청송군 보건의료원 옆의 게이트볼 경기장을 찾는 노인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다리다.

청송문화원 윤승찬 사무국장은 "섶다리는 겨울 차가운 강물 위를 지키다 이른 봄 눈과 얼음이 녹아 불어나는 물이나 장마철 폭우로 불어나는 급물살에 떠내려가는, 욕심이 없는 소박한 다리"라고 말했다.

다리가 불어난 강물에 쓸려 가면 사람들은 줄배나 나룻배로 강을 건너곤 했다.

그리고 초겨울 강물이 얕아지면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여 다시 섶다리를 만들며 화합을 다졌다.

용전천 섶다리는 Y자 모양의 소나무, 참나무 가지를 얼기설기 얹은 다음 그위에 황토를 개어 바르는 옛 방법 그대로 만들었다.

못 하나 쓰지 않고 오직 나뭇가지끼리 서로 지탱하는 탓에 건너는 사람들의 몸무게에 운명을 맡기고 있다.

첫발을 내디디면 출렁출렁 흔들리는 통에 자칫 다리 아래 자갈이 훤히 비치는 맑은 물로 빠지지 않을까 무섭기만 하다.

개구장이 어린 시절로 돌아가 지켜보는 이 없으면 다리를 쿵쿵 울리며 줄달음치고 싶은 맘이 절로 생긴다.

고향 떠난 도시민들은 외롭게 서 있는 섶다리를 발견하고 절로 차를 세운다.

그리고 온 가족과 함께 다리를 왔다갔다 하며 어릴적 향수와 한동안 잊었던 기억의 한자락을 떠 올리기도 한다.

섶다리의 운명은 우리의 시대변화상을 간직하고 있다.

이농과 농촌인구 격감 및 시멘트 교량이 즐비해지면서 섶다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던 중 1996년 10월 안의종(62) 전 청송군수가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면서 우리 곁에 다시 다가왔다.

안씨는 "당시 군민들과 출향인들의 마음의 쉼터인 현비암을 중심으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정서적이고 옛날 향수가 물씬 풍기는 섶다리를 재현시켰다"고 말했다.

청송 섶다리는 조선 세종 10년(1428년) 청송읍 덕리 보광산에 위치한 청송심씨 시조묘에 사계절(四季節) 전사일(奠祀日)에 용전천 강물이 불으면 유사(有司) 관원(官員)과 자손들이 건너지 못할까 걱정해 섶나무(잎나무와 풋나무 등)를 엮어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간직하고 있다.

청송군청 이경국 문화관광과장은 "10월쯤 열리는 청송문화제 행사에서 섶다리를 이용한 지게로 장독지고 건너기, 여인들 물동이 이고 건너기, 오줌싸개 아이 키 쓰고 건너기 등 다채로운 전통 행사를 재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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