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병일 기획예산처장관 사의 "큰일 했는데…갑자기 왜?"

김병일(金炳日) 기획예산처 장관이 26일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할지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수리할 것으로 보인다.

후임에는 변양균(卞良均) 기획예산처 차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 장관은 스스로 "후진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라며 사퇴이유를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경기도 용인의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열린 예산처 혁신연찬회를 마무리하면서 "지금이 그만둘 적기"라며 사의를 밝혔다.

하지만, 김 장관의 사의는 통상적인 절차와 크게 달라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에서 먼저 사의표명 등 교체사실을 밝히는 것이 관행인데 김 장관이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하고 청와대가 이를 확인해준 것.

그래서 일부에서는 청와대와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김 장관은 26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후진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한 용퇴차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지난 1년 동안 전력투구하면서 일을 해왔지만 이제 힘이 빠졌다"고 말했다.

또 사의표명시기에 대해서도 "연초에 사의를 표명하려 했으나 올해 예산이 지난해 12월 31일 밤 늦게 통과되고 이에 따른 집행계획을 세우다 보니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연초개각이 4일 단행됨에 따라 그런 생각들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고, 또 곧바로 정부대표로 남아시아 지진피해각료회의에 가도록 연초에 결정되는 바람에 시기를 놓쳤다는 설명이다.

김 장관은 "예산처의 업무특성상 올해 업무가 본격화하는 2월 전에 물러나 새 장관이 올해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도 덧붙였다.

김 장관은 지난해 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한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과 민간투자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등 큰 일을 했다는 평가를 정부 내에서 받고 있다.

그래서 그의 퇴진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김 장관은 사표가 수리되면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마라톤과 역사기행 등의 계획도 밝혔다.

경북 상주 출신인 김 장관은 지난 71년 행시 10회로 공직에 입문, 기획예산처차관 조달청장, 금융통화위원 등을 지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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