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공사례비 안준다" 변호사가 집 가압류

"심했다" "오죽했으면" 논란

변호사에게 성공사례비를 지불하지 않아 집이 가압류당한 경우를 두고 '아무리 그래도 집까지 압류할 수 있느냐'는 반발과 '오죽 했으면 집을 압류했겠느냐'는 동정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2001년 초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위반 혐의로 구속된 ㅇ(61)씨 부인은 ㅈ변호사를 찾았다. 현업에 있다가 개업한 지 얼마 안됐다는 정보를 입수, 전관예우를 기대하면서 405만원을 주고 그 변호사를 선임한 ㅇ씨는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변호사는 약정에 따라 성공사례비 500만원을 요구했지만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던 부인은 돈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자 변호사는 약정서를 근거로 2001년 5월 대구시내에 있는 부인 명의의 빌라를 가압류해 버렸다. 그리고는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본안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결까지 받아냈다.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범죄를 저지른 ㅇ씨는 재수감됐고 2004년 1월 만기 출소했다. 남편이 없는 상태에서 가계를 꾸려야 했던 부인은 가압류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사채도 갚고 조그만 장사라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공사례비를 주기 전에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최근에는 100만원을 마련해 가압류 해지를 요청했으나 최소한 약정액의 절반은 갖고 와야 된다는 통첩에 이웃서 100만원을 더 빌려 200만원을 갖고 가서야 집이 가압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가압류 3년8개월 만이었다.

ㅇ씨의 친척 이모씨는 "성공사례비를 안줬다고 4년 가까이 집을 가압류하는 처사는 정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울분을 떠뜨렸다. 이에 대해 해당 변호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무장은 "집행유예가 불가능할 수도 있는 사건을 성공시켰는데 선고 이후 의뢰인 측에서 전화 한 번 주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연락해도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하다가 연결조차 안 돼 하는 수 없이 가압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 후 본안 소송을 통해 승소판결까지 받았지만 집행을 않은 것은 돈을 받기 위한 목적보다 행위가 괘씸해서였다는 것. 당사자인 변호사도 "성공사례비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데도 감사인사는커녕 연락조차 않는다면 압박수단으로 가압류라는 방법을 동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변호사업계에선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 많지만 '대구에선 흔치 않은 가압류 사건'이 알려진 데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이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