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드라마, 스타 PD 수난시대

스타 PD들이 수난을 맞고 있다.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PD들의 드라마 연출작이 잇따라 흥행에 참패하고 있다. 일부 PD들의 경우 흥행 뿐 아니라 새로운 미학을 추구하려는 노력없이 흥행 공식만 따르려다 오히려 발목잡히고 있다는 평까지 받고 있다.

최근 몇개월 사이 방영된 드라마만 살펴보자.

'별은 내 가슴에'로 유명한 이진석 PD와 '아름다운 날들', '천국의 계단'의 이장수 PD가 공동연출한 SBS TV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는 KBS 2TV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기세에 눌려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했다.

특히 이 작품으로 김태희는 스타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게 됐고, 김래원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연기를 선보여 연기자들에 대한 평은 좋았지만 갈팡질팡한 스토리로 작품 자체에 대한 호응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애인', '신데렐라'로 새로운 감성의 멜로 드라마를 선보이며 한 시대를 이끌었던 이창순 PD의 SBS TV '유리화'. 김하늘과 이동건이라는 스타 연기자와 호흡을 맞췄음에도 작년 '장미의 전쟁'에 이어 '유리화'에서도 흥행 참패를 겪고 있다. 10%중반대를 턱걸이했던 시청률은 26일 급기야 한자릿수까지 떨어졌다.

2003년 큰 인기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올인'의 유철용 PD의 연출작 MBC TV '슬픈 연가' 역시 10%중반대에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영상과 대본이 짜임새있음에도 KBS 2TV '해신'의 벽이 두터운 것.

더욱이 권상우·김희선이라는 스타 배우와 방영전 비록 좋지 않은 사건이지만 송승헌의 병역비리 문제로 일반인들에게 깊이 각인됐던 드라마의 흥행이 부진해 속을 태우고 있다.

SBS TV '세잎 클로버'의 장용우 PD는 아예 방영 도중 교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명분은 장 PD의 건강상의 이유이지만, 내부에서는 문책성 교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장 PD 역시 '복수혈전', '왕초', '나쁜 친구들', '호텔리어' 등 숱한 화제작을 만들어냈다.

장 PD의 교체를 두고 '시청률 지상주의의 희생양'으로 보는 시각 역시 존재하며 개인적으로는 큰 아픔을 겪고 있는 셈이다.

스타 PD들의 이같은 수난은 우선 일차적으로 세태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PD들에게 있다. 최근 시청자들은 '뭔가 다른 새로운 것'을 원한다. '발리에서 생긴 일'은 멜로 드라마임에도 외양보다는 주인공들의 심리 변화에 집중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입양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한 여자에 대한 사랑으로 솜씨있게 풀어냈다. 작년 최고의 인기를 누린 '파리의 연인'은 진부한 신데렐라 스토리임에도 맛깔나는 대사와 개연성있는 상황으로 전개했다.

이처럼 최근 큰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는 뭔가 다른 것을 표현했다. 그럼에도 PD들은 자신이 짜놓은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정작 PD들이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는 드라마 제작 현실이다. 이창순 PD가 '유리화' 방영전 "내가 이 드라마의 사전 제작에 참여한 부분이 거의 없다. 누구든 이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발언이 이 같은 현실을 대변한다.

'유리화'의 제작사 이김프로덕션의 조윤정 대표는 "제작사에서 작가와 시놉시스를 만든 후 스타 배우를 캐스팅하고, 연출을 맡겼다"고 밝힌 바 있다.

예전처럼 PD가 영화 감독처럼 모든 것을 책임지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 한 제작사 관계자가 "작가와 배우만 갖춰지면 된다. 연출은 아무나 할 수 있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로 PD의 위상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상태에서 PD들은 제작사의 눈치를 봐야한다.

흥행 감각이 뛰어났고, 한 때 새로운 유행을 선도했던 스타 PD들이 각자 어떤 돌파구를 찾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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