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 데스크-박주영을 위하여

대구 청구고 출신의 스트라이커 박주영(20·고려대)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박주영은 27일 카타르에서 막을 내린 8개국 초청 청소년축구대회에서 9골 1도움을 기록, 한국 대표팀의 우승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며 최우수 선수(MVP)와 득점왕에 올랐다.

9골은 42년 만에 깬 청소년 단일 대회 최다골 신기록이기도 하다.

사실 이 대회는 그리 비중이 크진 않지만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최근 축구붐이 다시 일고 있는데다 걸출한 스트라이커의 부재로 골결정력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한국 축구계에 박주영이라는 확실한 골잡이의 출현을 알렸다는 점에서 많은 축구팬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박주영'이라는 이름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에서 수직상승하고, 팬클럽이 결성되는가 하면 박주영 개인을 위한 응원가도 만들어질 예정인 등 박주영 신드롬은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게다가 결승에서 우리나라에 대패한 일본에서는 '도대체 한국에 이기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자탄하면서 '박주영은 알려진 대로 최고의 선수였다'고 부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구의 반야월초교-청구중-청구고 재학시절에도 박주영은 스타였다.

스스로도 스피드는 빠르지 않지만 드리블 스피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할 만큼 발군의 드리블 실력을 갖고 있고 볼 낙하지점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에 이은 골 결정력은 이번 대회 평균 2.25골(4경기 9골), 슈팅이 골문 안으로 향하는 유효슈팅 83%(20/24), 골성공률 37.5%(9/24)라는 수치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70년대에 축구선수로서는 치명적인 '짧은 다리'였지만 골에 대한 감각 하나만으로 세계적인 골게터 반열에 오른 옛 서독의 게르트 뮐러를 연상시킬 만하다.

또 대학 1년생이라는 나이는 앞으로의 무한한 잠재력을 기대하게 한다.

전문가들을 제외한 일반 축구팬들에게 박주영의 이름이 깊숙이 새겨진 것은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터진 전반 36분의 첫 골이었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의 좁은 공간이었지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시작된 박주영의 드리블은 무려 4명의 수비수와 골키퍼까지 무너뜨리며 선제 결승골로 이어졌다.

마치 만화에나 나올 법한 이 환상적인 골로 박주영은 한국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자신은 최우수선수상을 수상, 이번 대회에서의 활약을 일찌감치 예고한 셈이다.

'박주영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좋을 일련의 현상 중에서 또 한 가지 반가운 것은 박주영을 보는 팬들의 따뜻하고 애정어린 시각이다.

확실한 골게터 부재에 시달리는 국가대표팀에의 합류여부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기존 선배 선수들과의 팀워크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대부분 즉각 합류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반면 팬들은 상당수가 오히려 반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면 그 반대는 안티가 아니라 정말 박주영을 아끼는 마음에서 나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팬들은 과거 축구천재라고 불렸지만 성공에 이르지 못한 고종수 선수를 예로 들면서 정신적으로, 기술적으로 박주영이 조금 더 성숙하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심지어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박주영 국가대표발탁 신중'을 주제로 한 네티즌 1만명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로 박주영은 한국 축구계에 '핫 이슈'가 되고 있다.

이제는 박주영의 차례이다.

앞으로 10여년 이상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갈 대들보로 성장하기 위해선 지금까지의 성적에 자만하지 않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앞으로 있을 지도 모를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정신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축구팬들의 따뜻한 마음을 기억해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스스로 채찍을 들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스포츠생활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