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삶은 너무 팍팍하다. 한 발만 잘못 내디디면 떨어져 버리는 외줄을 타듯 치열한 경쟁 속에 자신을 내던지고 있다. 이러한 삶 속에서 책상을 맞대고 있는 회사 동료들은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9시 출근-6시 퇴근의 속박된 삶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자신의 생체 리듬에 맞추어 살고 싶은 꿈을 꾸고 있다. 그러면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일하며 끊임없는 경쟁보다는 서로 협동하는 삶은 영원한 이상일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단연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생태공동체는 실현 불가능한 유토피아가 아니라는 것. 미국 시리우스공동체 창설자이자 저자인 고든 데이비드슨과 코린 맥러플린은 23년의 공동체 생활과 100여 곳의 공동체 취재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인간관계나 조직관리,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른 삶을 구상할 수 있는 공동체가 현실에서 건설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생태 공동체 건설 가이드인 이 책은 베스트셀러 '야생초 편지'를 쓴 황대권 생태공동체운동센터 대표가 출간을 제안하고 직접 번역까지 맡았다.
공동체는 당시 사회 병폐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났으며 동양의 아슈람 공동체와 서양의 수도원에서 시작, 아메리카 대륙의 초기 공동체와 식민지 정착지, 이스라엘의 키부츠 운동 등을 거쳐 1960년대의 히피 공동체, 1980년대 이후 뉴에이지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이 책은 이러한 공동체 발전사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또 현재 활발하게 건설되고 있는 각 공동체의 철학과 이념, 다양한 리더십을 살펴봄으로써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전해졌던 공동체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공동체로는 자연과 협력하는 삶을 추구하는 스코틀랜드의 핀드혼 공동체를 비롯해 영리 교육법인과 노동자가 소유하는 협동조합이 특징인 시리우스 공동체, 비즈니스의 영적 가치를 중시하는 아난다 공동체, 토지신탁으로 공동체를 일구는 알바스트라, 신성한 아나키즘을 지향하는 오로빌, 경쟁적이고 소비 지향적인 세상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트인 오크스, 땅과 농부의 영적인 관계를 중시하며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지키는 스프링밸리 공동체, 모든 종교의 조화를 보여 주고자 하는 요가빌, 도시내 생태건축 공동체를 지향하는 아르코 산티 등 다양하다.
저자들은 이들 공동체를 통해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사적 공간과 공동 공간, 의존성과 자율성, 의무적 활동과 자발적인 활동,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등 공동체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와 함께 공동체 유지를 위한 수입원 확보 등 실현 가능한 경제 시스템 모색과 공동체를 운영'관리하는 덕목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어 공동체 건설의 가이드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역자 황대권씨는 "이 책은 생태 공동체의 근본 원리와 운영 방법을 풍부한 사례를 들어 탁월하게 정리하고 있다"며 "한국에 공동체가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동체에 대한 종합 안내서가 없는 상황에서 이 책을 통해 우리 나름의 한국적 공동체를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36쪽, 2만2천 원.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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