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30대 남자가 자신의 화물차 조수석에 아내와 생후 19개월 된 아들을 태우고 대구 도심을 지나고 있었다.
아기는 엄마의 무릎에 앉은 채 함께 안전띠를 맨 상태였다. 화물차가 교차로를 앞두고 서행하던 중 아기가 갑자기 구토를 했다. 운전자인 아버지는 고개를 돌려 걱정스럽게 아들을 바라보다가 그만 신호를 기다리던 택시를 추돌했다. 가벼운 접촉 사고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모들은 아기를 데리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 진찰 결과 아기에게 특별한 이상이 없어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들의 배가 팽팽해졌다. 몸부림을 치기도 했다. 놀란 부모는 아들을 병원으로 데리고 갔으나 곧 숨졌다. 아기는 왜 숨졌을까?
아들의 사망 원인이 뚜렷하지 않자 부모와 경찰은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위장과 비장의 파열. 화물차가 앞차를 추돌할 때 아기를 안고 있던 어머니가 아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너무 꽉 안은 것이 복부를 압박해 장기를 파열시킨 것이다.
자동차 추돌 사고가 발생하면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가속도에 의해 앞으로 튀어나가게 된다. 운전자는 안전띠를 매지 않은 경우 거의 운전대에 가슴을 부딪치게 된다. 이때의 충격으로 가슴 가운데 있는 심장이 충격을 받아 숨질 가능성이 크다. 조수석에 탄 사람이 안전띠를 매지 않은 경우엔 앞창을 뚫고 튀어나가게 된다. 자동차의 조수석은 좌석 중에 가장 위험한 공간이다. 그런데도 어린이를 조수석에 태우고 운행하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다.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면 뒷좌석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이다. 뒷자리에서 놀던 아이들은 추돌사고가 생길 경우 미사일처럼 앞 유리창이나 계기판 쪽으로 튀어나간다.
그렇다면, 안전띠만 매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자동차에 내장된 성인용 안전띠는 유아나 어린이들에겐 효과는커녕, 오히려 치명적인 장치가 될 수 있다. 몸집이 작기 때문에 추돌시 몸이 띠 밖으로 빠져나가거나 띠가 목에 걸려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따라서 유아나 어린이를 차에 태울 땐 반드시 전용 보호장구를 갖춰야 한다.
법의(法醫) 부검은 범죄로 인한 사망의 원인을 밝히는 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사고로 인한 사망의 원인을 규명, 다른 피해자의 발생을 예방하는 데 더 중요한 목적이 있다. 그래서 선진 외국에선 교통사고 사망자라고 해도 사고 예방 차원에서 반드시 부검 절차를 밟고 있다. 자동차의 안전띠, 넓어진 비행기의 좌석 간격, 에어백 등이 세상에 나온 것도 법의학 부검 때문이다.
채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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