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업체선정에 '사전 각본' 있었나?

대구U대 옥외 광고물업체 선정 3대 의혹

대구U대회 옥외광고물업체 선정이 로비와 뇌물로 얼룩진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면서 선정과정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비판이 증폭되고 있다.

▨전문성 없는 집행위원회

가장 큰 문제는 전문성이 없는 집행위원회에 모든 권한이 집중됐던 점. U대회조직위원회는 제반 행정을 총괄하는 집행위원회에 유력 인사 23명을 위원으로 선정했다. 위원들은 대구시·경북도 최고위간부나 지방의회, 대학, 체육계 수장 및 고위 인사, 기업인 등 지역을 대표하는 인사들이다. 여기서 대회 진행방식이나 업체 선정 등 주요한 사항을 모두 결정했다.

옥외광고물업체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선정한 2003년 5월 30일 집행위원회에 참석했던 위원은 전체 23명 가운데 15명.

조직위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인 옥외광고물 선정회의에 대부분의 집행위원들은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참석했다. 한 위원은 "당일 안건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회의에 참석했다"고 실토했다.

당시 회의록을 분석해 보면 비공개 회의에서 15명의 참석 위원 중 12명이 발언했으나 자진해 발언한 사람은 3, 4명 정도. 한 번도 발언하지 않은 위원이 3명이다. 발언한 위원 중에도 스스로 '광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거나 '하자는 대로 하겠다'는 무책임한 말을 한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수의계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도 문제를 제기하는 위원은 없었다.

▨처음부터 수의계약 주장한 실무진

실무부서의 의견은 처음부터 수의계약이었다. 실무 당사자들은 △수의계약 △제한경쟁입찰 △완전공개경쟁입찰 등 4가지 안의 장·단점을 차트로 만들어 집행위원회에 상정, 위원회가 수의계약 방식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항변하지만 조직위 실무자들은 수의계약에 절대적인 무게를 두고 있었던 것이 회의록에 나타난다.

집행위에 참석한 실무자나 조직위 사무총장은 '효율적인 대회 운영과 차질 없는 수익기금 확보를 위해서는 사업경험이 있고 기존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서울업체로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것을 위원들에게 줄기차게 설명하고 있다.

▨촉박하게 업체 선정

조직위 구성 뒤 업체 선정 기간이 2년이나 남아 있었는데도 대회를 3개월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흑자대회 여부를 가늠할 옥외광고물업체를 선정했다. 수의계약을 주장한 사람들은 모두 '촉박한 대회 일정'을 내세우지만 적어도 2003년 초에만 업체를 결정했더라면 지역업체의 참여를 원천봉쇄하고 서울업체만 배불리는 수의계약은 절대 없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대구 모 중견광고업체 사장은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집행위원들을 들러리로 내세운 채 완전히 처음부터 짜 맞춘 듯한 느낌"이라며 "관련 학계, 업계, 조직위 실무자들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에 자문하도록 했다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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