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이주노동자

'외국인 노동자'를 일부에서는 '이주노동자'로 부르고 있다. 일단 외국인이라 하면 한국인과 경계가 생기고, 여기에 사회적으로 위상이 낮은 노동자라는 단어까지 붙게 되면 그 경계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인간에 대한 편견으로까지 확대되기 때문이다.

반면 이주라는 단어에는 생활공간이나 일자리의 이동이라는 의미만 갖고 있다. 우리가 일자리를 대구에서 서울로 옮기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라는 단어에는 외국에서 온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한국 노동자와 차별을 받지 말아야 하며 이들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얼마 전 이런 일이 있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이주노동자 한 분이 예쁘게 생긴 한국 여성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이라고 했다.

나는 그가 프로포즈를 해서 이주노동자라고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는 안쓰러움에 "거절당해도 상처 받지마"라고 했다. 그러자 그 이주노동자는 "거절당해도 상처 받지 않아요. 사람을 좋아하고 행복한 것만으로 나는 충분해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주노동자이기 때문에 거절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순간 나는 내 안에 있는 이들에 대한 편견을 발견했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이슬람권 노동자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얼마 전 함께 술 한 잔 하는 모임이 있어 갔다가 식당 아줌마에게 '찌개에 돼지고기를 넣지 마세요'라고 했다.

안주가 나왔는데 찌개에는 돼지고기를 넣지 않았지만 계란말이에는 햄이 들어 있었다. 우리는 식당아줌마에게 '다음부터는 계란말이에도 햄을 넣지 마세요'라고 이야기하면서 웃었던 적이 있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것과 서로의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라 우리가 늘 부딪히고 만나는 일상의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더 어려운 문제일지 모른다.

성서공동체FM방송국 대표 정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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