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 원 찾으러 대전으로, 서울로 갈 수도 없고, 피해액도 크지 않아 경찰에 신고도 못하겠고…. 완전히 딱 걸렸어요." 김모(53·대구시 동구 효목동)씨는 최근 아주 기분 나쁜 사기를 당했다. 지난 외환위기 때 매스컴을 통해 종종 접했던 사기 수법에 자신이 걸려들었다는 분한 마음에 지금까지 분을 삭이지 못한다.
김씨는 지난 20일 대전의 한 부동산 직원이라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불경기여서 장사도 잘 안 되는데다 몸도 안 좋아 김씨는 자신의 가게를 팔려고 내놓았는데 마침 물건에 관심이 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 "저녁 늦게라도 가게를 보고 싶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안 오더라구요. 그런데 다음날 전화가 와선 '어젯밤에 잠시 둘러보고 왔는데 목도 좋고 마음에 든다'며 바로 계약하고 며칠 뒤 막대금을 치르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잠시 후 또다시 전화해 '돈을 다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가게를 빨리 비워달라'고 했어요."
김씨는 예상보다 빨리 계약이 성사될 것 같은 기쁨에 들떠 있는 순간 다시 전화가 걸려왔고, "시세 가치 판단을 위해 내일 조간신문에 '시세 보장'이라는 광고를 내야 한다"면서 "서둘러 기획사로 전화를 해 빨리 광고비를 내야 광고를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내일 아침 신문에 광고가 나오는대로 오려서 계약자와 함께 출발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는 것.
"알려주는 기획사로 전화했더니 '부동산에서 광고문건 팩스는 벌써 왔다. 비용이 46만 원 정도 드는데 40만 원만 계좌로 보내달라'고 해서 기분좋게 돈을 부쳤습니다. 부동산이 아닌 서울 기획사로 돈을 부치라고 했고, 휴대전화 및 일반전화 번호, 은행 계좌번호까지 다 알고 있어 의심도 안했지요. 그런데 이것이 사기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다음날 아침 "서울 가서 돈을 찾아 출발할 때 연락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온 뒤 오후쯤 다시 "사정이 여의치 않아 보름 후에야 돈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연락이 온 것.
이에 김씨는 '그럼 광고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직접 받은 것도 아니고 기획사에 줬는데 우리한테 달라면 어떻게 하느냐"는 대답을 들어야 했고, 비로소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렇게 쉽게 계약이 이뤄질 때 좋아하기에 앞서 일단 의심을 해야 했습니다. 달콤하게 접근해 감언이설로 들뜨게 만들어놓고 마지막에 급박하게 서두르며 혼까지 빼는 바람에 완전히 속아 넘어간 거지요. 이후로는 연락이 안 오더라구요. 외환위기 당시처럼 장기 불황을 틈타 서민들을 상대로 한 전국 단위 사기단의 소액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 같은데 지역에서 더 이상의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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