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은 학문적 권위의 상징도 아니다. 민주화 투쟁의 대상에서도 비켜났다.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인 캠퍼스 정치를 일삼기엔 시대가 허락하지 않는다. 오로지 특성화·선진화로 대학발전을 꾀해야만 하는 대학경영의 시대. 총장은 생존의 파고를 넘나들어야 할 조타수일 뿐이다.
대학총장들이 뛰고 있다. 학내에서는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구조조정에 힘을 쏟고, 밖으로는 제자들의 진로를 위해 세일즈맨을 자처하고 있다. 대구권 대학들의 총장 연령은 50대 초반에서부터 고희를 넘긴 총장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50대 총장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진우(50) 계명대 총장과 서경돈(51) 대구가톨릭대 총장, 이재규(57) 대구대 총장은 50대이고 총장선거 중인 영남대도 유력 후보들은 모두 50대 초반이다. 김달웅(61) 경북대 총장과 신임 김성동(63) 경일대 총장은 60대 , 황병태(71) 대구한의대 총장은 최고령이다.
학교발전을 위해 뛰는 총장들의 마음은 한결같이 뜨겁지만 학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그 리더십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 황병태 총장은 불도저 같은 추진력이 트레이드 마크. 경쟁력 없는 학과는 과감하게 폐지하고 한방산업 중심의 학교 특성화를 원만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내 일부에서 독불장군이라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정·관계 경험을 바탕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따오고 경쟁원리에 따른 강력한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거는 황 총장의 선택에 별다른 이견은 없다. 학교 한 관계자는 "황 총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없었다면 대구한의대의 환경이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것"이라며 황 총장의 선택과 리더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성동 경일대 총장은 대학교육 실무에 밝은 관료 출신 교육통. 국립대 사무국장을 두 차례나 거치고 교육부 기획관리실장, 사회국제교육국장, 대통령비서실 교육비서관을 지낸 김 총장에 대해 학내에서는 부임하기도 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른바 '바른 생활 사나이'로 불릴 정도로 꼼꼼하고 빈 틈이 없어 학사 행정에도 이 같은 성격이 반영될 것으로 학교 관계자들은 보고 있는 것.
김달웅 총장은 어깨가 무겁다. 경북대가 역내 최대 국립대이자 선도 대학인 것은 김 총장의 행보에 힘을 실어 주기도 하지만 부담이기도 하다. 지방분권과 지역혁신을 위해 경북대가 이에 상응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 또 대학 간 구조조정을 선도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그렇지만 지역사회의 복잡 다단한 상황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는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남은 임기 2년 동안 시대상황에 걸맞은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많은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이재규 총장은 CEO형 총장을 자처하고 있다. 그는 욕을 먹더라도 조직을 위해서라면 밀어붙인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학생취업과 학교이미지 향상을 위해 대외활동도 활발하다. 학내 일부의 반대세력과의 골을 허무는데 고심하지만 아직은 별다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고민하고 있다. 자신감과 추진력이 넘쳐 때로는 독선적이라는 일부의 평도 듣고 있는 그는 새로운 대학경영 모델을 보여주겠다는 의욕이 앞서고 있다.
서경돈 총장은 대구가톨릭대에서 10여년 간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쳐 학내 사정에 정통하다. 학교 관계자들은 서 총장의 리더십을 지장형으로 평가한다. 그는 대학간 경쟁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 사제 출신이지만 CEO형 총장 모델에 충실하고 연구활동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친 바 있다. 한국가톨릭신학회 창립을 주도하고 신학분야에서 처음으로 국가기관의 연구프로젝트를 따내는 등 행정력도 겸비했다는 평.
지역 최연소 총장인 이진우 총장은 합리적이면서도 강단있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 내부의 평가다. 전임 신일희 총장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겠느냐는 우려 속에서 총장이 된 그는 소리나지 않게 내실있는 학내 개혁을 추진, 다수 구성원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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