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쓰기와 읽기-개요 짜는 습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만 꿰는 것도 순서에 맞게 차례대로 잘 꿰어야 진정한 '보배'가 될 수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예리한 비판력과 독창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꿰는 순서가 잘못 됐다면 잘 쓴 글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나열하듯 글을 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생각의 앞뒤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보는 사람이 올바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어린 왕자'를 읽으면서 무언가를 도전하는 의지, 아니면 노력하는 자세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잘난 체하는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그리고 어린 왕자가 양을 그려달라고 했을 때는 너무 귀찮았을 것 같다./사업가의 올바르지 않은 모습이 조금 안타깝기도 했다./이 책은 세상 사람들이 잘못 보는 관점을 다시 찾게 해 주는 좋은 책이다./어린 왕자를 만난 후 순수한 마음으로 되돌아가 우물을 발견했을 때 내 마음도 어린 왕자의 마음처럼 순수해 지는 것 같았다./인간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제일 좋은 점은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인 것 같다.

위의 글은 한 학생이 '어린 왕자'를 읽고 쓴 독서감상문에서 단락의 첫 문장만을 발췌한 것이다. 단순히 생각을 나열해 놓다 보니 생각의 흐름이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

가장 큰 교훈을 얻은 '무언가를 도전하는 의지'로 글을 시작했다면, 그 다음 단락에서는 글의 어떤 부분에서 어린 왕자의 도전 의지를 엿볼 수 있었는지가 나오는 것이 흐름에 맞지만 전혀 '도전 의지'와는 무관한 잘난 체 하는 사람과 귀찮은 양 그리기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 학생이 이야기한 '세상 사람들이 잘못 보는 관점'이 순수함이라면 맨 뒤의 세 단락은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 돼 한 단락으로 합치는 것이 좋겠다.

이처럼 글의 전개가 실타래처럼 엉클어져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개요 쓰기' 과정이 꼭 필요하다.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먼저 모두 나열한 뒤 흐름에 맞게 순서를 재배치하는 것이다. 글의 흐름에 방해가 되는 소재는 과감히 버리는 것이 좋다.

이렇게 개요를 통해 글을 써 나갈 순서를 정해 놓은 뒤 원인과 결과에 맞게 이야기를 써나간다면 글이 도중에 다른 곳으로 새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아이가 개요 짜기 과정 없이 즉흥적으로 글을 쓰는 습관이 있다면 다 쓴 글을 단락별로 잘라 다시 늘어놓도록 하는 퍼즐 맞추기 놀이를 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글의 앞뒤를 새롭게 구성해 보면서 자신이 쓴 글의 장'단점을 스스로 깨닫도록 도와줄 수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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