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는 고대 인도 종교인 바라문교의 계율에 따라 6년간 우루빈라의 숲속에서 고행을 하면서 7일에 한끼 정도, 극히 소량의 음식만을 취했다. 그러다 고행을 멈추고 숲에서 나와 보리수 아래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기독교에서는 부활절을 앞둔 40일간을 예수의 40일 단식 고행을 기념해 사순절로 기리고 있다. 고대 중국의 선술(仙術)은 단식을 선인(仙人)이 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수행법으로 쳤다.
◇ 스콧 니어링(1883~1983)의 단식은 자연주의자다운 삶의 마무리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대학 교수이자 주목받는 지성인이었던 그는 미국의 베트남 참전 반대 등을 외치다 교수직에서 쫓겨났다. 50세 때 아내와 함께 시골로 떠나 평생을 흙과 함께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았다. 100세 되던 해엔 스스로 음식을 끊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오면 나는 자연스럽게 죽게 되기를 바란다'''(중략). 죽음이 다가오면 음식을 끊고 할 수 있으면 마찬가지로 마시는 것도 끊기를 바란다"는 그의 소망대로.
◇ 일정 기간 동안 종교적 수행, 건강상의 목적 등을 위해 음식섭취를 끊는 단식이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그 의미나 목적도 각양각색이 되고 있다. 최근엔 웰빙열풍에 따른 단식도 크게 늘고 있다. 이중 정치적 목적을 위한 단식, 강력한 대사회적 저항의 메시지를 담은 단식의 경우 큰 파장을 미칠 때가 많다.
◇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저런 단식들이 많다. 일제에 맞서 105일 동안 곡기를 끊었던 이한빈의 단식(1943년), 김영삼 전 신민당 총재의 23일간의 단식(1983년), 언론탄압 중단을 요구한 박종웅 국회의원의 20일 단식(2001년), 구국을 내건 최병렬 국회의원의 단식(2003년), 김혜경 민노당 대표의 이라크 파병철회 요구 단식(2004년), 800년된 은행나무를 지키기 위한 북한산 털보 차준엽씨의 단식(1991년)'''.
◇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의 단식이 31일로 97일째이다. 스님의 몸은 이미 의학적으로 회생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보전을 위해 모질만큼 삶을 차단한채 정부에 홀로 맞서고 있는 스님에 대해 말들도 많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생명이 경각에 달린 한 사람을 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 옳으냐를 떠나 한 생명이라도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해야한다. 99마리의 양을 두고 1마리 길 잃은 양을 찾아나선 선한 목자의 마음을 생각해 볼 일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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