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미시 복서가 한국여자플라이급 챔피언에 올랐다.
지난달 29일 경산중앙초등학교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전에서 안양체육관의 김지현을 물리치고 챔피언 밸트를 따낸 이화원(24·여·대구시 동구 신암4동)씨가 그 주인공.
166cm의 늘씬한 몸매에 이목구비가 또렷해 험한 복싱과는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이씨가 트렁크를 입기 시작한 것은 2여년 전인 2002년 3월.
제일여상 시절 밴드부 활동을 하면서 기타를 배우기 위해 다녔던 학원의 강사와 3년간의 연애 끝에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결혼한 이씨는 단순히 건강을 위해 대한권투복싱체육관 문을 두드렸다.
"챔피언이 된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죠. 남편과 함께 취미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가 복싱을 시작했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격렬하고 힘든 복싱이 시간이 갈수록 이씨에게는 즐거움이 됐고 시합마다 결과가 좋으면서 자연스레 복싱만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또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도 복싱에 몰두하는 데 한 몫 했다.
복싱을 시작하면서 이씨는 4년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연습하던 기타 연주도 그만두었다.
이씨의 하루는 집안 일과 운동으로 채워진다.
오전 신천 둔치를 따라 8∼9km에 걸쳐 한 시간 가량 달리기와 함께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이씨는 낮 시간을 이용해 집안 일을 끝낸 뒤 오후 4시쯤에 체육관으로 가서 4시간 가량 기술, 체력 훈련에 비지땀을 쏟는다.
3년 가까이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보니 친구들을 만날 시간을 내기조차 힘들다고 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7, 9, 11월에 걸친 플라이급 랭킹전에서 1위에 올랐고 내친김에 챔피언밸트까지 따게 된 것.
대한권투복싱체육관 김요동(46) 관장은 "이런 성실함이 챔피언에 오른 비결이었다"라며 "수도권 이남에서 여자 챔피언이 탄생하기는 좀처럼 드문 현상"이라고 말했다.
챔피언을 위해 복싱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서 이씨에게 챔피언 밸트는 아직도 낯설다.
"얼떨떨하고 실감이 나지 않지만 '챔피언 밸트를 볼 때마다 내가 챔피언이구나'라는 것은 느낀다"라는 이씨는 "3차 방어전까지 성공해야 챔피언 밸트를 영원히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때까지는 열심히 할 것"이라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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