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멀리 있는 친구에게 관심을

국제적 투자기관인 모건스탠리는 10~13년 안에 인도가 현재의 중국 경제수준에, 골드만삭스는 인도가 2050년에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제3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이 공동 작성한 '21세기 전망보고서'에서는 2010년에는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가 지금의 G7에서 밀려나고 그 자리에 중국, 인도, 러시아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 카네기재단이 발행하는 국제문제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특집기사에서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고 있다면 인도는 세계의 과학기술 허브가 되고 있다며 지식산업 중심의 인도가 종국에는 제조업 중심의 중국을 앞지를지 모른다는 전망마저 내놓았다.

이러한 전망에 발맞추듯 인도는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은 15%에 불과하지만 소프트웨어 및 정보기술(IT)관련 서비스가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7년 4.7%에서 2002년 20.4%로 급증했고 수출액도 90억 달러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보기술시대 도래와 함께 세계 IT산업의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 역동적인 성장의 원천을 살펴본다.

첫째, '19단 외우기' 원조 국가인 인도는 세계에서 수학이 가장 강한 나라이며 컴퓨터 언어의 원천인 숫자 '0'을 탄생시킨 나라이다.

둘째, 인도정부는 80년대 후반부터 소프트웨어 중심의 IT산업 육성책을 적극 추진하여 왔다.

1986년 '소프트웨어 수출, 개발, 훈련정책'을 통해 규제완화, 세제혜택 등을 실시했으며 1990년대 들어 방갈로, 하이데르바 등지에 'Software Technology Park'를 조성, 독자통신시설과 자가발전설비를 구축하고 파격적인 관세혜택은 물론 외국자본이 자유롭게 유입되도록 함으로써 급성장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셋째, 엘리트교육기관들이 고급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과학, IT, 경영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대학교(IIS/Indian Institute of Science, IIT/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IIM/Indian Institute of Management)가 존재하고 이들을 포함한 1천300여 대학교에서 매년 1만2천여 명의 IT전공자가 배출되고 있다.

IT산업에 고용된 인력은 2003년 3월 현재 65만 명에 달한다.

3~5년 경력의 IT전문가 연봉이 미국의 27%(미국 7만5천 달러, 인도 2만 달러) 수준으로 고급인력의 인건비가 저렴하다.

넷째, IT관련 글로벌 인적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IT기술자의 30%가 인도인으로 미국 소프트웨어 산업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들이 IT회사를 설립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귀국하여 인도 내 미국계 기업의 책임자로 활약하거나 자기회사를 설립하고 있다.

따라서 자연히 인도-미국 간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양국 간의 교류는 인도 소프트웨어 발전에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섯째, 화교들이 돈(Hard Capital)으로 모국을 돕고 있다면 인도의 해외동포들은 두뇌와 지식(Soft Capital)으로 모국을 돕고 있다.

우수한 인도의 해외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이 경제개혁과 함께 인도로 서서히 되돌아오고 있다.

여섯째, 완벽한 영어구사 인도인이 5천만 명에 이르고 일상영어를 불편 없이 사용하는 인구는 1억5천만~2억 명 수준이다.

대학졸업생 80%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대규모 영어사용인구가 큰 재산이다.

인도라는 나라가 이렇게 장밋빛으로만 채색된 것은 아니다.

3억5천만 명에 달하는 빈민층, 낙후된 인프라와 높은 부동산비 등이 값싼 인건비 장점을 상쇄하고 있다.

한번 채용한 정규직 근로자는 해고하지 못하는 인도의 엄격한 노동법,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인도 정부 관리들의 일처리, 인도 기업인들이 관료를 상대하는 데 전체시간의 15.9%를 사용(중국 11.4%, OECD 국가 평균 5.8%)할 만큼 많은 규제, 다양한 종교와 복잡한 인종으로 인한 분파주의, 공식적으로는 사라졌지만 여전한 신분 차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의 과다로 성장잠재력 확충투자 곤란 등이 취약점들이다.

이런 취약점들이 있지만 인도는 이들을 딛고 일어서 이제 세계 IT 허브로 거듭나기 위해 뛰고 있다.

향후 인도 소프트웨어와 중국 하드웨어가 협력할 경우 IT산업 글로벌 재편의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고 인도, 중국, 미국 IT의 삼각협력(Triangle)도 예견된다.

한국과 인도 간에는 2004년 기준으로 교역량(54억 달러)이 그 전해에 비해 27%나 늘어날 정도로 우리나라와의 관계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한국산 무선전화기 수출이 2002년에 790만 대에서 2004년 865만2천대로 증가할 만큼 인도는 정보통신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진출가능성이 큰 곳이다.

따라서 IT산업 관련 단기, 중기, 장기의 대(對)인도 국가 전략을 다각도로 세워 추진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거대 코끼리, 인도가 뛰기 시작하면 미국 공화당의 코끼리처럼 정신없이 휘몰아쳐 나아갈 것이다.

너무 빨리 돌진해 나가면 같이 편승하기가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멀리 있는 친구에게 공(功)을 많이 들여야 할 때다.

시간이 없다.

박상태(한국신용평가정보주식회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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