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2월

직장 선배가 달력의 1월을 뜯어내며 한숨을 내쉰다. "아이쿠, 하마 한 달이 갔나."

을유년 새해가 밝았다고, 바다로 산으로 첫 일출을 보러간다고, 모두들 부산떨던 것이 어제 일 같은데 벌써 한 달이 휘리릭, 지나갔다.

또다시 2월이다. 1년 열두 달 중 가장 작은 달. 31일 또는 30일을 거느린 다른 달에 비해 2월은 겨우 28일, 윤년이 돼도 29일밖에 안 된다. 그 내력에 대해서는 여러 설(說)이 있지만 태양력을 완성한 로마인들부터가 몽탕하니 짧은 2월을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한다. 지금의 우리에게도 새해의 첫 달인 1월, 새 봄이 시작되는 3월에 비해 2월은 왠지 어중간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이번 설에도 "올해는 우짤끼고?" 라는 집안 어른들의 명절용 등쌀에 들볶일 것이 뻔한 노총각'노처녀들에겐 성가신 달이기도 하다. 하긴 중국에선 올 입춘이 설보다 빨라 봄이 사라지게 되는 해라며 설 전에 결혼하려는 사람들로 예식장이 북적인다고 한다.

2월에 대한 근사한 이름들도 있다. 인디언들이 붙인 이름인데 하나같이 정겹고 사랑스럽다. '물고기가 뛰노는 달'(위네바고 족), '홀로 걷는 달'(체로키 족), '기러기가 돌아오는 달'(오마하 족), '삼나무에 꽃바람 부는 달'(테와 푸에블로 족)'''.

2월은 '시작'의 의미도 품고 있다. 한 해 24절기 중 맨 첫 순서인 입춘(立春: 4일)이 이달에 있다. 아직 칼바람이 뺨을 얼얼하게 하지만 옛사람들은 이맘때부터 동풍이 불어 언 땅을 녹이고, 동면하던 벌레가 움직이고, 물고기가 얼음장 밑을 돌아다닌다고 했다. 고졸(古拙)한 멋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먹 갈아 커다랗게 쓴 입춘대길(立春大吉) 네 글자를 대문과 기둥에 내붙일 테지.

이미 연초 계획들이 삐걱거리기 시작하고 더러는 작심삼일로 끝나버리기도 했겠지만 너무 일찍 포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직도 11달이나 남아 있으니까.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위로와 격려가 아닐까.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 들게 하고,/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이해인 시 '나를 위로하는 날' 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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