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럽의 옛 城을 찾아서-(4)말메종(Malmaison) 성

황제 나폴레옹은 이미 우리에게 영웅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프랑스 파리 근교에 있는 그의 왕궁을 방문해보면 나폴레옹이 살았던 삶의 흔적에서 배어나는 그의 고민과 열정, 또한 그의 유명한 연인 조세핀의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느끼고 들을 수 있다.

말메종 왕궁은 파리 근교에 성을 갖고 싶어한 나폴레옹을 위해 1799년 조세핀이 구입한 것이다. 까다로운 연인 조세핀과 그녀에 대한 남다른 애증을 가진 나폴레옹, 이 역사적 커플은 이곳에서 이혼 전까지 함께 살았다. 이혼 후 나폴레옹은 이 성을 조세핀에게 주고 떠났으며 그녀는 사망할 때까지 이곳에서 살면서 궁 구석구석에 많은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말메종은 조세핀의 손길과 흔적이 유난히 많이 느껴지는 조세핀의 성이기도 하다.

조세핀의 화려한 생애를 따라서일까. 13세기 무렵 외관을 갖춘 저택이지만 오늘날 말메종 궁의 빼어난 네오클래식 풍의 화려함과 세련미는 모두 이 시대에 이루어진 것이다. 말메종 궁의 구조는 궁을 둘러싼 6헥타르의 공원과 황제와 여제의 방들과 화실, 음악실, 도서관, 회의실, 정원 등 모두 25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의 섬세한 조각과 예술적 화려함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궁의 가구들은 당시의 유명한 건축가 페르시에와 퐁탱, 목수 야콥 형제의 작품이다. 아쉽게도 전시되어 있는 가구 대부분은 이후에 만들어진 모조품이며 진품들은 개인에게 팔려 일부 몇 점만이 옛 장인의 손길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정원에는 프랑스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동물들인 캥거루, 검은 백조 등이 사육되었고 조세핀이 평생 즐겨 모은 100여 가지 종류의 장미꽃이 피어있다. '조세핀의 방'은 그녀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물건들로 가득 찬, 그야말로 여제만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엔 그녀가 평소 아끼던 각종 그림, 테이블 탁자, 차 세트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많은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프랑스의 유명한 자기 공장인 딜 에 게라르(Dihl et Guerard)에서 만든 기념 자기 세트이다. 프랑스 곳곳의 풍경이 정교하게 새겨진 황금색 띠를 두르고 있는 이 접시들은 보물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조세핀은 사치스럽고 화려하였다. 당시 나폴레옹은 귀중품 무역을 진흥하는 정책을 펼쳤는데 그녀의 옷과 장신구 소비는 그의 기대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었다. 패션은 그녀 인생의 테마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한해에 985개의 장갑과 520개의 신발을 주문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그녀의 소비 욕구는 항상 황실 재정을 어렵게 해 나폴레옹에게 이를 숨기기 위해 그녀의 자식들에게서까지 돈을 빌리곤 했다.

조세핀은 16세 때 한 전 남편과의 결혼에서 두 명의 아이를 두었는데 오늘날 스웨덴과 노르웨이, 벨기에의 왕, 덴마크와 그리스의 여왕, 룩셈부르크의 공작, 독일 바덴의 후작들은 모두 그들의 후손들이다.

조세핀이 죽은 뒤 말메종 궁과 760헥타르에 이르렀던 공원은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져 여러 사람에게 인수되었다. 1861년 조세핀의 손자인 나폴레옹 3세가 다시 이 저택을 모두 사들여 박물관을 열기도 하였으나 프러시아 전쟁이 시작되면서 문을 닫았다. 이후 말메종 궁은 1896년 오시리스가 이 저택과 남은 6헥타르 정도의 땅을 사들여 박물관을 다시 여는 조건으로 1904년 프랑스 정부에 헌납되었다.

글·김정길 본사명예주필

사진·권정호 한국사진기자회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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