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섬 여행의 맛은 한적함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의 휴식은 여름철 시끄러운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청산도의 겨울은 한적하다 못해 적막한 편. 섬을 오가는 배에서도 여행객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다. 섬 일주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곳곳에서 이색적인 풍경을 만난다.
청산도는 전남 완도에서 뱃길로 45분이면 닿는다. 도청항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언덕을 넘으면 영화 서편제의 무대였던 당리마을. 이 마을엔 소리꾼 유봉이 송화에게 소리를 가르치던 초가가 있다. 지금은 영화의 한 장면을 재현한 밀랍인형이 이 집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곳도 곧 마을 뒤쪽 언덕 위로 옮겨갈 예정이다. 영화에서 소리꾼 유봉이 두 아이를 데리고 내려오면서 신명난 진도아리랑을 불렀던 돌담길이 남아 있다.
돌담길 입구는 한창 공사중이어서 어수선하다. 동네의 초가집을 그대로 옮겨오기 위한 공사다. 도락리 포구와 도청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 공사장비들로 어지럽다. 관광수입도 좋지만 자연 그대로가 훨씬 더 아름다운 곳이다. 초가를 짓고 밀랍인형 하나만 덜렁 갖다 놓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당리 돌담길이 가장 운치 있는 곳이긴 해도 청산도 여행의 백미는 아니다. 일주도로 곳곳에 볼거리가 널려 있다. 서쪽 해안에서 일몰을 보고 동쪽 해안에서 일출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여름철 일몰은 지리해수욕장 뒤쪽 언덕이 좋은 반면 겨울철은 당리마을 돌담길이 포인트다. 날씨가 좋을 경우엔 범바위에 오르면 온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일몰을 볼 수 있다. 도청항에서 당리마을을 지나 오른쪽 권덕'구장 방면으로 들어가면 도로가 끝나는 지점 산위에 범바위라는 특이한 곳이 있다. 산 중턱에 우뚝 솟은 이 바위에 올라서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이 발 아래에 펼쳐진다. 소안도, 노화도, 신지도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청항에서 지리해수욕장을 지나 만나는 진산리엔 갯돌해수욕장이 색다르다. 해안에 모래는 없이 작은 자갈밭이 500여m 이어져 있다. 촤르르 소리를 내며 파도가 굴리는 자갈소리에 귀가 간지럽다. 산 위에서 해안까지 100여 개 층계를 이뤄 남해 다랭이마을의 다랑논을 연상시키는 구들장논도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 섬 곳곳에 널려 있는 고인돌을 보는 재미도 만만찮다.
◆둘러볼 만한 곳=완도는 대구에서 웬만큼 마음먹지 않고는 가기 어려운 걸음이다. 200여 개 섬으로 이루어진 완도군도 가능하면 많은 곳을 둘러봐야 한다. 일몰이 아름다운 화흥포와 소안도, 영화 '그섬에 가고 싶다'의 촬영지인 당사도도 가볼 만한 곳 중의 하나다.
그 중에서도 드라마 '해신' 촬영장인 신라방은 최근 가장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곳이다. 현재 드라마가 진행중이어서인지 평일에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드라마 촬영지와 달리 세트가 사실적인 것이 특징. 지붕 밑에 달린 등을 비롯해 꼭 중국의 어느 거리를 걷는 듯한 분위기다.
◆가는 길=대구에서 길이 멀다. 구마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를 타고가다 순천IC에서 내린다. 순천에서 2번국도를 따라가는 벌교-보성-장흥-강진 코스는 4차로로 길이 좋다. 강진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해남으로 가다가 고석에서 55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된다. 청산농협에서 운행하는 청산페리호가 완도항~청산도 도청항을 하루 4회 왕복한다. 청산도행은 8시10분, 11시20분, 14시30분, 17시10분이며 청산도에서 완도행은 7시, 9시50분, 13시, 16시. 요금은 어른 5천800원. 차를 싣고 갈 경우는 운전자 1명 포함한 가격이 2만3천원이다. 완도로 나올 때는 조금 싸다. 섬을 도는 버스가 있지만 승용차를 가지고 가야 섬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숙식=도청항에 모텔 몇 개가 있으며 민박집은 지리해수욕장에 있는 한바다민박(061-554-5035)이 최근 보수를 끝내 깨끗하다. 앞개해수욕장에 있는 앞개민박(061-552-8703)은 자갈이 구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숙박은 완도읍에서 해결해도 된다. 식당은 도청항의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없다. 먹을 것을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문의 061)550-5227(완도군청 문화관광과).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 완도에 있는 드라마 '해신' 촬영장. 섬세하게 꾸며진 이곳이 최근 완도여행의 최고 볼거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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