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 구단의 해외 전지훈련장은 승자만이 존재하는 곳이다.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이곳에서는 모든 팀이 우승 후보로 부각되고 모든 선수들이 스타플레이어로 대접받는다.
또한 지난 시즌의 아픔은 존재하지 않고 장밋빛 청사진만이 제시된다.
지난해 정상에 선 팀은 2연패를 장담할 것이고 성적이 나빴던 팀들도 이번에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큰소리칠 것이다.
프로축구 대구FC 선수단이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지난달 16일부터 해외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승부사'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대구FC의 훈련 열기는 현지의 여름 날씨만큼이나 뜨겁다.
2003년 대구시민의 이름으로 창단한 대구FC는 세 돌을 맞는 올해 돌풍을 일으킬 태세로 비행시간만도 22시간이 넘는 멀고 먼 브라질을 찾았다.
브라질은 월드컵을 사상 최다인 5번이나 제패한 축구왕국. 박 감독과 코치, 선수들은 올 시즌 우승의 영광을 꿈꾸며 이곳에서 한마음이 되어 비지땀을 쏟고 있다.
계산동을 떠나 브라질에서 대구FC 선수단과 함께 '승자의 법칙'을 그려본다.
대구FC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승자의 사례는 많다.
1985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야구 선진국 미국에서의 전지훈련 후 프로야구 계에서 전무후무한 전·후반기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삼성은 20여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다저타운을 찾았다.
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의 스프링캠프인 다저타운에서의 전지훈련은 삼성이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내는 원동력이 됐다.
당시 캠프에 참가한 삼성 관계자는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이 다저스의 훈련을 지켜보면서 야구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라고 소개했다.
하루 종일 지루하게 훈련하던 삼성과는 달리 다저스는 짧지만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했다.
다저스 선수들이 웨이트트레이닝에 치중하는 것은 새로운 모습이었다.
간결하고 세련된 기술, 파워는 국내 최고로 대접받던 삼성 선수들에겐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프로 개념이 불명확한 시절 적당한 훈련에 만족했던 삼성 선수들은 큰 자극을 받았고 이전과는 다른 강도 높은 훈련으로 자신감을 키웠다.
지난해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는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전지훈련을 한 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K리그 전반기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일궈냈다.
2003년 성적 부진 등으로 포항 축구팬들로부터 퇴진당할 위기까지 몰렸던 포항의 최순호 감독은 좋은 성적으로 명예롭게 감독에서 물러났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포항도 축구 선진국 브라질 전지훈련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단순하게 열심히 뛰는 축구에 그치지 않고 생각하는 축구를 배웠다.
우리보다 월등히 기술이 앞선 선수들과 겨루면서 자신감도 배양됐다.
현지에서 직접 용병을 고르는 수확도 있었다.
지금 대구FC도 이 같은 승자의 법칙을 배우고 있다.
우리보다 한참 앞선 브라질의 축구 시스템을 지켜보며 선수단 전체가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그러나 전지훈련장에서의 벅찬 감동과는 달리 대구FC가 올 시즌 삼성, 현대 등 국내 재벌 기업들이 홍보수단으로 운영하는 국내 프로축구팀들의 장벽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높다.
상파울루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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