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업은 희망이다-(6)양잠

'먹는 양잠'으로 부활 "사양산업 탈출"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밭이 푸른 바다로 변할 정도로 세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말만큼 양잠산업의 변신을 정확하게 비유할 말이 또 있을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70년대 중반까지 수출산업으로 각광받다 사양산업으로 전락, 고사 위기까지 몰렸던 양잠업은 최근 첨단생명과학기술과 결합하면서 고부가가치산업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입는 양잠'에서 강정제·당뇨 치료보조식품·암 치료제 등 '먹는 양잠'으로 탈바꿈하면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것.

생산비 절감, 제품 다양화 노력으로 수출 전략작목으로 떠오른 잠업은 우리 농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안전한 환경친화적 농업

양잠은 지난 76년을 정점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당시 경북 도내에만 양잠농가가 15만 가구가 넘었고 뽕밭은 2만3천500ha에 이르렀다.

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농가들이 잇따라 양잠을 포기, 90년대에 들어선 1천 가구까지 줄었고 뽕밭은 과수원 등으로 변했다.

황보 득(69·영천시 화남면 구전리)씨는 이런 세태 속에서도 오로지 누에만 보며 살았다.

25년전부터 양잠에만 매달려온 그는 지금 1만 평의 뽕나무를 재배, 연간 1억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다

특히 그의 뽕밭은 급경사 산비탈에 자리잡고 있어 눈길을 끈다.

누에를 치기 위해선 무엇보다 농약·공해 등 오염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농약도 칠 수 없다.

황보씨는 "내가 잘 아는 분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평생 누에와 뽕잎을 먹은 덕분에 나이보다 젊어보인다는 소리도 많이 듣는다"고 자랑했다.

◆첨단시설로 고부가가치 추구

뽕잎과 누에에는 혈압을 낮춰주는 가바(Gaba)와 루틴(Rutin), 혈당강하물질(DNJ) 성분이 많아 혈당과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

지난 97년 문을 연 영천양잠농협 양잠산물가공공장(영천시 고경면 가수리)은 이 같은 뽕잎과 누에를 이용해 차·진액 등 27가지 제품을 생산한다.

지난해 판매액은 34억4천만 원.

전국 최대규모인 이 공장은 특히 첨단설비인 자동추출농축기와 공기분쇄방식을 쓰는 마이크로 제트 밀(micro jet mill)을 도입, 원료의 영양성분을 최대한 살리는 한편 철저한 위생관리를 하고 있다.

또 영천시 과수원예과 허상곤 특작담당은 "기능성 성분이 가장 많은 5령3일(알에서 깬 지 20일) 누에와 살아있는 누에로 동충하초를 만들어 최고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며 "생산과 가공·유통이 함께 이뤄져 고소득 창출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전통 문화도 자원이다

동해 문무대왕릉을 찾는다면 잊지말고 들러볼 곳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산 누에고치로 명주를 짜는 마을인 경주시 양북면 두산리다.

64가구 170여 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몇년전만 해도 국산 누에고치를 구하지 못해 손명주 생산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몰렸다.

양잠산업이 건강보조식품 중심으로 변모하면서 누에고치가 귀해졌기 때문. 그러나 지난 2002년부터 경북도와 경주시가 5개년 계획을 세워 뽕밭 조성 등에 나서면서 이 마을은 되살아났다.

지금은 연간 350필의 명주를 생산, 연간 1억7천500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1필(30cm×12m)의 가격도 50만~60만 원으로 꽤 비싸지만 전국에서 손명주를 못구해 발을 구른다.

마을대표 이춘희(66)씨는 "양잠은 다른 농업분야와 달리 건강에도 해롭지 않고 고소득을 올릴 수 있어 농촌 고령화시대에 알맞은 작목"이라며 "전시홍보관이 건립되면 마을이 동해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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