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으면 우리 덕환이는 어쩌지요?" 경북대 병원 8층 무균병동에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투병 중인 손정아(29·서구 내당1동)씨는 19개월 된 덕환(2)이를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손씨는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삶을 포기하려고 했다.
3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기댈 곳도 없는 상황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골수이식 수술비는 물론, 항암치료비조차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
손씨는 며칠 전 수간호사에게 유서같은 글을 남겼다.
"형편이 너무 어려워 항암치료마저 중도에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덕환이는 제가 살아있는 동안 입양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제가 죽고나면 부모가 없어 고아원으로 가야하니까요!"
배난영(49) 수간호사는 이 글을 읽은 뒤 너무 마음이 아파 고민 끝에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에 연락을 해왔다.
1일 무균병동에서 만난 손씨는 우유병을 들고 있는 덕환이의 천진난만한 눈동자를 바라보며 한없이 울었다.
손씨는 "덕환이가 잘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저의 유일한 소망"이라면서 "그래도 엄마가 눈물보이면 안 된다"며 억지로 눈물을 참아봤지만 어느새 코, 입을 가리고 있던 마스크가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공인회계사 사무실에서 일하던 손씨는 인터넷 동창사이트 'I LOVE SCHOOL'에서 초등학교 동창생을 만나 지난 2002년 4월 결혼했지만 시댁과 심한 갈등 끝에 이혼을 하는 아픔을 겪었다.
직후 혼자 덕환이를 낳은 뒤 백혈병이 발병했고 지난해 5월 자가 골수이식수술까지 받았으나 지난해 말 다시 재발했다.
손씨의 아버지, 어머니는 이혼한 뒤 각자 새 가정을 꾸려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두 여동생이 덕환이를 돌봐주고 항암치료비를 대신 내주고 있지만 큰 돈을 낼 형편이 아니다.
막내 여동생은 슈퍼마켓에서 일해 번 돈을 보태고 일이 끝나면 덕환이를 돌봐주고 있다.
손씨는 지난해 1월부터 국민기초생활수급대장자 1급, 의료보호 1종에 해당돼 매월 30여만 원의 생활비와 30∼40%의료비 할인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 골수이식 수술비와 항암치료비가 걱정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운다'는 그는 남편과의 이혼, 백혈병 판정 및 재발 등 도저히 감당하기조차 힘든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자 하늘을 원망하고 스스로를 탓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마음이 답답하고 절망에 휩싸일 때마다 성경책을 펼치거나 덕환이와 동생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손씨는 엄마 품에 안겨 잠 든 덕환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또다시 눈물을 쏟았다.
그는 "언제까지 제 품에서 잠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늘이 돕는 그날까지 살아서 덕환이가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다시금 삶의 의지를 불태웠다.
저희 '이웃사랑' 제작팀 계좌번호는 대구은행 069-05-024143-008 (주)매일신문입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설명 : 백혈병과 투병중인 손정아씨는 아들 덕환이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라고 했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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