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축구, 들끓는 열기 속 베일 벗는다

2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근교 국가축구기지(내셔널트레이닝센터)에는 3m 높이의 담장도 모자라 비닐 차단막이 설치돼 '죽의 장막'을 연상케 했다.

담벼락에는 일본 취재진 20여명이 매달려 위험을 무릅쓰고 촬영을 시도했다.

북한과 쿠웨이트의 비공개 연습경기는 득점없이 무승부로 끝났지만 북한축구에 대한 관심은 지난 66년 잉글랜드월드컵 8강 기적 이후 최고조에 달한 분위기다.

오는 9일 사이타마(埼玉)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북한과 일본의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은 6만여석의 입장권이 완전 매진됐고 암표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열도 전체가 이미 지난달부터 이상 과열 열기에 휩싸인 분위기다.

일본 당국은 납치 피해자 메구미 유골 파문으로 북한전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데다 경기장 불상사에 대비해 5천여명의 병력 배치 계획을 세우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지만 매스컴은 연일 북한전을 화두로 올리며 결전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바쁘다.

60-70년대 아시아의 강호에서 80-90년대 침체기를 넘어 다크호스로 부상한 북한축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7위로 같은 조의 일본(19위), 이란(20위), 바레인(50위)에 비해 한참 처지지만 지난 75년 이후 일본과의 역대 전적에서 4승3무4패로 동률을 유지할 만큼 쉽게 물러설 팀이 아니다.

북한축구를 바라보는 일본의 두려움은 '94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후 북한이 12년 만에 국제무대에 돌아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시아 2차 예선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태국, 예멘을 상대로 3승2무1패를 기록하며 조 1위를 차지해 최종예선에 올랐지만 여전히 북한축구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있다.

재일동포 J리거 안영학(나고야), 리한재(히로시마)와 2차 예선에서 4골을 올리며 맹활약한 홍영조 정도가 자주 언급됐고 예상 엔트리 18명의 얼굴과 프로필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이 3일 개설한 '응원 사이트'를 통해서야 알려졌다.

국내 축구계에도 10년 넘게 북한과의 A매치가 없었기 때문에 직접 성인대표팀 경기를 관전한 인사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일본은 객관적 전력이 한수 앞선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북한축구의 내면을 알지 못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사상 유례가 없는 정신무장과 당근책으로 필승 결의를 다지고 있다.

선수 전원이 윤정수 감독의 지시로 '단발'을 했고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 전훈에서는 새벽부터 밤 늦게 10시간이 넘는 지옥 훈련을 펼쳐 주위를 놀라게 했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선수, 감독, 단원들의 사기가 높다"며 일본전을 낙관한 김정식 북한 단장의 담담한 반응을 전했고 교도통신은 북한 체육지도위원회가 선수들에게 고급 차량과 거액의 포상금을 약속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2일 북한과 연습경기를 끝낸 쿠웨이트의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출신 슬로보단 감독은 "북한이 준비가 매우 잘 돼 있는 팀이고 플레이가 공격적"이라고 간단히 논평했다.

사실상 12년 만에 국제무대에 컴백하는 북한축구가 한국과 일본, 아시아의 축구 팬들 앞에서 어떤 위력을 보일 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