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 박근혜가 선택할 차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다.

정치판이 박 대표를 불러 온 까닭도 '박정희의 딸'이었기 때문이고 전국 어느 지역에서도 고른 지지도로 한나라당의 대표주자를 맡고 있는 것도 '박정희의 딸 박근혜' 가 가능케 한 일이다.

'박정희의 딸'이란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은 박 대표는 정치적 행운아다.

초선 의원시절, 지역 중진 의원으로부터 "어느 누구보다 풍부한 정치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을 만큼 중진 이상의 대접을 받았다.

한국의 경제발전이나 민주화 과정에서 그 자신 격렬하게 부딪치며 살아오지 않았음에도 그의 말 한마디는 언제나 빼놓을 수 없는 뉴스였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제왕적 권위'에 맞설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 박정희의 든든한 유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논란은 박 대표로부터 점화됐다.

박 대표는 초·재선 시절 아버지에 대한 평가를 두고 한나라당 지도부와 갈등했다.

선거과정에서는 '박정희의 딸 박근혜'의 찬조 유세를 애타게 부탁했다가 당선 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서슴지 않는 의원들을 향해 인간적 배신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국립묘지를 참배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 묘소를 들르지 않은 이회창 전 총재에게 박정희에 대한 평가를 요구, 이 총재와 한나라당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제왕적 총재가 군림하는 정당에 미래가 없다"며 탈당의 명분을 찾았지만 밑바탕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한나라당의 이중적 태도에의 불만이 깔려 있었다.

박정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당에서 박근혜의 자리도 굳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정희의 딸 박근혜'의 위력은 지난해 총선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참패의 위기에 몰리던 한나라당은 박근혜 바람으로 다시 살아났다.

그 결과 한나라당은 '박정희의 딸 박근혜'에게 '선거관리용'이란 딱지를 떼고 정식 당 대표 자리를 이의 없이 안겨주었다.

그러나 "지도자의 최고 덕목은 애국심"이라며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던 박 대표의 깐깐함은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부터 찾아보기 쉽지 않다.

한나라당은 "사회 곳곳에서 불순한 의도를 가진 박정희 흔들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지만 박정희의 유산을 깡그리 물려받은 박 대표는 나서지 않고 있다.

대신 "내가 누구의 딸인지 잊어달라"는 말로 애써 의연함을 보여줄 뿐이다.

박 대표로서는 일일이 맞대응하는 일이 쓸데없는 정쟁을 촉발할 뿐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아니면 차기 대권 고지가 코앞에 다가왔는데 굳이 논란의 소지에 말려들어 유권자의 역풍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일 박 대표가 대권을 염두에 두고 박정희 논란에서 비켜가고 있다면 박 대표와 한나라당은 큰 착각을 하고 있다.

박정희와 한나라당은 뗄 수 없는 관계다.

한나라당이 스스로의 입장을 어떻게 정리하든 박 대표는 박정희에 대한 긍정적 향수를 지닌 유권자의 선택이 가져온 결과라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한나라당이 박 대표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 까닭도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한나라당은 박정희 흔들기의 귀착점이 박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나라당과 박 대표가 박정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박정희 논란의 해법은 한나라당과 박 대표가 스스로 찾아야 한다.

독재자 박정희를 숨기지 말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이 땅에 자신감을 불어 넣어 준 지도자의 모습도 인색하게 그릴 필요가 있는가.

아직 정치지도자로서의 홀로서기에 일천한 박 대표는 아버지 박정희의 정치철학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이 자기 정체성에 솔직한 모습이다.

마찬가지로 한나라당도 박정희의 단맛만 빨기보다 정직하게 논란의 중심에 서야 한다.

대권에의 열망으로, 태풍처럼 다가 올 논란의 중심에서 솔직하지 못한다면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그 시대를 이야기하는 국민들에게 또다시 박 대표가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살아남아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죽기를 각오하라.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이 땅의 '공주'로서 조용히 살아가는 게 아름다운 일이 아닌가. 서영관 정치2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