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율 스님 측이 '민관이 3개월간 환경영향공동조사를 하자'고 합의함에 따라 지율 스님의 장기 단식에 따른 최악의 사태는 피했으나 고속철 공사는 또다시 중단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양측의 합의문에는 '공사를 중단한다'는 표현이 없지만 '3개월간의 환경영향공동조사 기간 중 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터널공사의 핵심인 발파작업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면적인 공사중단이나 마찬가지다.
건교부 관계자도 "발파작업을 중단하는 것은 사실상 터널공사의 중단을 뜻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국책사업 추진을 위해 거친 정당한 법적 절차와 사법부의 최종결정이 반대편에 의해 무시되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점. 지율 스님은 공사중단을 위해 제기한 두 차례 소송(울산지법. 부산고법)에서 모두 패했으나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사법부의 결정을 무력화시켰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다른 국책사업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가 빈발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합의가 말만 합의지 사실상 정부의 '백기항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양측이 합의한 '환경영향공동조사'가 과연 구속력이 있는 것인지, 조사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3개월이란 시간이 천성산 환경조사에 충분한 시간인지 등을 놓고 시비가 일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우선 '환경영향조사'는 환경영향평가와는 달리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
때문에 민관공동조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수용할 것이냐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공사가 습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이를 수용할 것인지에 대해 지율 스님 측은 분명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강진 국무총리 공보수석비서관은 "조사결과에 대해 양측 모두 승복한다는 뜻이 함축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조사결과가 구속력을 갖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대로 공사가 천성산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정부가 이를 수용하기도 어렵다.
현재 공사 중인 노선을 포기하고 대안노선을 찾아야 하는데 이에 따른 시간적, 물적 손실이 엄청날 뿐만 아니라 새 노선을 만든다 해도 천성산과 유사한 생태환경 파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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