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호주제 폐지'부작용 최소화해야

부계(父系)혈통중심의 호주제가 위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이 내려져 이의 존폐를 둘러싼 우리사회의 논란은 일단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그러나 소수의견에서 지적한 것처럼 호주제는 비록 남성중심의 가계(家系)를 형성하고는 있지만 수백년동안 내려온 '혈연'을 유지해온 순기능의 전통관습이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또 '혈연의 공동체'의식을 고취, 효(孝)나 예절이라는 우리사회의 윤리질서를 끈끈하게 유지해 온 지렛대 역할을 해온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런 순기능도 호주제가 갖고 있는 부계혈통 계승정신이 헌법에 명시된 남녀평등이나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측면이 있다면 그 법제도는 바꿔야 한다. 또 호주제가 급변하는 시대 추세에 걸림돌로 작용, 개인에게 고통을 주는 사례가 빈번하다면 그것도 대세(大勢)에 따르는 게 순리이다. 헌재가 호주제 위헌심판을 약4년여 끌어오면서 미뤄온 것도 바로 '전통관습'과 '시대 변화 추세'중 어느 것을 택하느냐 고민해왔다는 방증이다. 이는 호주제 폐지에 따른 또다른 사회갈등이나 가족해체 가속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다. 극단적으로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성(姓)을 따를것인지, 어머니 쪽을 택할 것이냐를 물어봐야 하고 근친(近親)결혼의 개연성도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인 홀대'는 고령화사회가 앞당겨 지면서 더욱 심화될 것이고 핵가족화나 가정해체에 따른 부작용은 우리의 예상을 훨씬 능가할 것이다. 따라서 호주제 대체입법으로 유력시 되고 있는 '1인 1적부'나 민법개정 등 후속입법 과정에서 국회가 지혜를 한껏 발휘,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데 전력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법이 폐지됐다고 수백년 전통관습의 '국민 정서'까지 증발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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