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원효터널과 지율 스님

지난해 연말 '백두대간법' 시행령이 법 제정 1년 만에 제정'공포돼 올해부터 한반도 생태계의 핵심 축이자 기본 산줄기인 백두대간이 법의 보호를 받게 됐다. 하지만 후속 대책들이 어떻게 마련될지는 두고봐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생태 환경이라는 '자연의 권리'와 한민족의 인문적 기반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이 법은 '환경 논리'가 '개발 논리'를 앞선 첫 법률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입법 취지가 퇴색될 개연성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지 않은가.

○…경남 양산 천성산 경부고속철도 관통 터널 공사에 반대하고 나선 지율 스님은 우리 사회에 '생태적 감수성'이 모자란다고 일갈, 단식에 들어갔었다. 정부의 양보를 이끌어내려고 불교계'환경단체의 만류도 뿌리친 '생명을 내건 투쟁'이었다. 백두대간법을 계기로 '자연과의 공존'에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시대의 무게'에 정면 도전한 경우에 다름 아니었다.

○…천성산 원효터널 공사 문제를 두고 정부와 지율 스님 간의 팽팽했던 줄다리기가 어젯밤 타결, 생명이 위태로웠던 지율 스님이 100일 만에 단식을 풀었다. 정부 측은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뜻에서 환경단체와의 공동조사를 수용하기로 했다. 지율 스님 측도 정부가 제의한 '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않겠다'는 중재안 수용으로 일단 그 실마리가 풀리게 된 셈이다.

○…우선 지율 스님이 생명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니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환경 영향 평가 조사 진행에 따르는 문제 등이 없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부분적인 공사 중단이 불가피하고, 조사 기간의 이견 등으로 갈등 재연의 불씨도 없지 않아 보인다. 이로 인해 고속철 건설 지연은 물론 다른 국책사업 추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문제의 극적인 해법은 지율 스님의 목숨을 건 투쟁과 정부의 양보에 있었다. 국민이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가슴을 조였고, 일단 안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환경 논리'와 '개발 논리' 사이엔 갈등이 있게 마련이지만, 이번 경우도 그 뒷맛이 개운치 만은 않은 건 사실이다. 사회적 갈등이 합법적'합리적으로 풀리기보다 그렇지 않은 방법으로 풀리는 건 또 다른 문제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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