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정월 초하루 설빔을 입고 정성껏 준비한 세찬(歲饌)과 세주(歲酒)로 조상에게 세배를 드리는 차례의식은 비단 유교적 전통에 국한된 의식만은 아니다. 차례는 길사(吉事)다. 돌아가신 조상을 기리는 제사를 통해 일년 중 이 날 만큼은 경건함 마음가짐으로 혈연을 돈독히 하고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았던 '좋은 날'로 여겼던 것이다.
제례형식은 이런 의미에서 생겨났고 그 형식은 주자가례를 근간으로 세대를 이어 생활의 절도로 정착하게 됐다.
◇가가예문(家家禮文)=지방마다, 집집마다 예법에 약간씩 차이가 난다. 이는 노론·소론·남인·북인으로 나뉜 유파가 제각각 주자가례를 해석함에 차이를 보인데서 비롯됐다. 또 제상차림을 주로 여인들이 담당하다 보니 한 유파 집안의 며느리가 다른 유파로 출가해 자신이 익힌 대로 제상차림을 고집하게 됐고, 그 결과 각각의 집안예법에서도 차이를 보이게 됐다. 서애(西厓) 유성룡과 형인 겸암(謙菴) 유운룡 집안 예법이 조금씩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남녀의 절 예법=남녀는 절을 하기 위해 두 손을 앞으로 다소곳이 모을 때도 격식이 다르다. 길사일 땐 남자는 왼손이 위로 올라가고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올라간다. 이 자세는 제사와 세배 할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문상과 같은 흉사엔 남녀의 손위치가 달라진다.
허리를 숙일 때도 그렇게 형식을 따지지 않았다. 무릎을 굽혀 상체를 자연스럽게 숙이되, 머리가 바닥에 닿도록 하는 절은 예법에 맞지 않다. 과공(過恭)은 비례(非禮)이다.
또한 설날 아침엔 어른에게만 세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보는 앞에서 부부?형제가 서로 세배를 하는 것이 우리네 전통가정예법이다. 이 때 어른에게 세배할 때는 '앉으세요', '절 받으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수고를 끼치거나 명령처럼 들려 실례다.
맞절을 할 때는 아랫사람이 먼저 시작해 늦게 일어나고, 웃어른이 늦게 시작해 먼저 일어난다. 비록 제자나 친구의 자녀일지라도 아랫사람이 성년이면 답배를 하는 것이 바른 예절법이다.
◇차례상 차리기=위패는 북쪽에 놓인다. 집 구조상 그렇지 못할 경우엔 위패 놓인 곳을 북쪽으로 가정해 상차림이 이뤄진다.
제례상은 검소함이 원칙이다. 4줄로 차려지는 차례상차림을 기준으로 보면 위패 바로 앞엔 떡국이 놓인다. 떡국그릇을 중심으로 각각 탕과 술잔, 간장종지 등을 놓는다.
두 번째 줄은 고기, 어류, 산적, 부침개 등이 차려진다. 주로 포는 왼쪽에, 식혜는 오른쪽(좌포우혜)에 놓고 육류는 왼쪽에, 어류는 오른쪽(어동육서) 순으로 차려진다.
세 번째 줄은 채소류가 놓인다. 왼쪽에 곡물류를, 오른쪽에 채소나 나물류를 놓는다.(곡두야미)
네 번째 줄은 열매와 과실류가 배치된다. 왼쪽에서부터 대추, 밤, 배, 감(조율이시)순으로 놓인다. 이 밖에 세부적으로는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홍동백서)에, 마른 것은 동쪽에, 젖은 것은 서쪽(건우습좌)등이 있으나 형편 따라 정성껏 놓으면 별 무리가 없다.
성균관유도회 대구광역시본부 이용옥 국장은 "설 차례상 차림으로 인한 가사노동을 부담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이고 즐겁게 받아들일 것"을 당부한 뒤 "특히 가족간 갈등이 있는 경우 이를 해소할 기회로 삼으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우문기기자 pody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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