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그냥 그렇게 넘어갔다면…'

쟁의발생 199일 만에 대구지하철공사 노사가 합의안에 잠정 타결, 설을 앞두고 '시민들에게 좋은 선물을 안겨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렇지만 노사 양측의 합의안에는 교묘한 방법으로 임금을 올릴 수 있는 '가계안정비 기본급화'라는 짧은 한 줄이 붙어있었다.

지난 4일 공사 측을 통해 확인한 결과 '원안대로 해석하면 각종 상여금과 수당이 인상되며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노사 양측이 일단 합의를 해두고 향후 분위기를 봐가며 아무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때 슬며시 임금을 편법 인상하려 했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항목에 정말 비양심적인 '행위'가 숨겨져 있는 셈이다.

5일 본지 보도가 나간 후 지하철공사에는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서민생활이 이렇게 어려운데 '꼼수'를 동원해 시민 세금을 맘대로 쓸 수 있는가"라는 비판이 대부분이었다.

시민들이 노조의 파업을 참고 견뎌온 것은 대구시와 공사가 원칙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는데 이를 깼다면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이 때문에 공사 직원들은 토요일 오후 퇴근했다가 회사로 돌아와 대책을 세우는가 하면 일요일인 6일 밤까지 1, 2차에 걸쳐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공사 측은 해명서에서 "편법은 없었고 총액기준으로 임금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측이 편법을 동원, 노조 파업을 종결시킬 의도가 없었다면 임금협약서 제1항에 '임금협약은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를 따른다'고 명시하면서도 아무런 설명 없이 제2항 '2005년 1월1일부터 가계안정비는 기본급화 한다'라고 덧붙였을까? 이에 대한 의문은 공사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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