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설/이런 남편 싫다

여풍(女風)이 아무리 세져도 일년에 한 두 번씩 꺾일 때가 있다. 바로 빨간색 연휴가 도드라져 보이는 명절시기가 그렇다. 예전보다 명절풍습이 간소화되고, 팔을 걷어붙이는 남자들이 느는 등 우리주변모습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부엌일 등 뒤치다꺼리는 여전히 아내의 몫. 이런 아내들이 싫어하는 남편은 어떤 모습일까.

△빈둥빈둥 배짱이형

"우리 남편은 자다가 먹다가, 먹다가 자다가 청소할 때면 궁둥이만 살짝 들지요". 부산이 시댁인 10년차 주부 박모(38)씨는 2남3녀의 둘째 며느리. 그러나 일이 산더미 같은 명절 때면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시댁의 지나친(?) 가부장적 정서는 이미 인정하고 있는 터이지만 한번씩 남편 때문에 폭발하고 만다.

남편은 평소에도 잔심부름을 시키는 스타일. 더구나 시어른이 있는 자리서 "~해도", "배고프다"며 눈치 없이 말할 때는 참았던 화가 있는 대로 증폭된다.

그러면서 명절 전날 꼭 친구를 불러모으는 남편은 더욱 얄밉다. 아니 정말 친구초대는 말아줬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고향 온 김에 모임을 갖고 어른께 인사하러 오는 것은 한편 이해는 가나 제수 준비 바쁜 날 부엌에서 동동거리면 정말 머리에 열이 펄펄 난다. 아주버니 친구까지 밀어닥치면 그야말로 일은 곱절로 불어나는 셈. 이 때문에 저녁 8시, 9시에 끌날 차례음식 준비가 밤12시를 넘기기가 예사라는 푸념 아닌 푸념이다.

△처가 무성의형

연애할 때는 사흘이 멀다하고 드나들던 친정 집을 왜 그리 멀리 하려는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 아주 '순진한' 착각이었던가.

"우리 남편은 여우"라는 김모(33?대구시 동구 신천동)씨는 명절 스트레스를 어떻게 넘기나 고민이 많다. 결혼 3년째, 나이가 한 살 적은 남편은 고도의 전략(?)을 쓴다고. 특히 처가에 가는 일을 "좀 바빠서, 다음에…"라며 대충 넘어가기 일쑤여서 그냥 봐준다며 웃는다.

문제는 명절 때도 사정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구나 시댁 역시 남자가 부랴부랴 친정으로 가는 태도를 달가워하지 않는 인상. 친정서 보던 것과는 달랐다. 일이 힘들지만 속으로 꾹꾹 참고 나면 친정에 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버티는데 남편은 친정 행을 영 마뜩찮아 한다.

시집에 눌러앉아 지내려는 남편을 올해도 옆구리 찔러 눈치보며 가야하는 사정이 안타깝다. "나는 이렇게 뼈 빠지게 고생하고 있는데 처가를 안 가려해…". 김씨는 올해는 기필코 명절 당일 친정 행을 감수하리라 다짐한다.

△시집오면 나몰라라형

시댁에만 오면 남편들의 태도가 '싹'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언제 기죽어 지냈느냐는 듯 갑자기 펄펄 살아나는 형이다.

시댁과 친정이 같은 시골인 주부 이모(29·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씨는 남편이 시댁대문에만 도착하면 태도가 달라진다고. 아내를 대문에 떨구자마자 자신은 친구를 만난다며 휑하니 나가버린다. 이때면 "내 신랑 맞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문이 막혀한다. 유일한 내편(?)인 남편이 없으니 스트레스도 더 크게 느낀다는 것.

이씨는 "결혼 전 그리 자주 만나던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은 고사하고 조금 시간이 나면 친정 가기 바쁘다"며 "여자는 중노동, 남자는 휴가를 받는 명절이 씁쓸하다"고 했다.

시댁에서의 남편의 괜한 '유세'도 눈에 거슬린다고 한다. 결혼 12년차 맞벌이 주부인 전모(34·대구시 동구 신암동)씨 역시 남편의 돌출행동 때문에 시댁식구 앞에서 얼굴이 화근해질 때가 여러 번 있었다고. "나한테 잘하면 시댁에 더 잘한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 걸까" 전씨는 또 부아가 난다며 지난 추석 명절의 추억을 곱씹었다. 전씨는 "애정이 담긴 말 한마디, 그 간단한 실천조차 남편들은 정녕 힘든 것일까요"라며 되묻는다.

★남자 동참시키는 4가지 방법

주부들의 명절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 갑자기 생활방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여성포털사이트가 제안하는 '남자들 일 시키기 비법' 4가지를 참고해 하나하나 바꿔보자.

△설 장보기는 부부동반으로=설 차례상차림을 위해선 시장보기부터 해야한다는 것을 남편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바구니는 남편이 들도록 하고 재료도 직접 고르게 유도해본다.

△방앗간 출입 등은 남자 몫=떡가래를 만들거나 강정 재료를 준비하는 일은 전적으로 남자들에게 맡긴다. '채찍'만 들지 말고 남편이 임무를 완수하면 간단한 술상을 차려주는 등 '당근'도 제공한다.

△전 부치기 등 솜씨대결=만두 빚기, 설거지 등을 남편이나 아들이 함께 하도록 한다. 누가 더 예쁘게 빚는지, 누가 더 설거지를 잘하는지 경쟁한다면 힘든 줄 모르고 순식간에 '뚝딱' 끝낼 수 있다. '조기교육'차원에서 반드시 아이들도 동참하도록 한다.

△화투놀이를 건전하게 활용=진 사람이 상을 차리고, 설거지하고, 심부름하고, 손님도 맞고…. 여러 가지 내기를 건다. 혹 '실력'이 달려도 최소한 몇 번은 이길 수 있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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