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설

문화와 종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우리의 설날과 비슷한 명절 풍경이 세계 곳곳에서 펼쳐진다. 설날의 호칭이나 풍습은 나라마다 달라도 한해의 안녕을 다짐하는 마음은 비슷할 것 같다. 음력설을 쇠는 중국, 동남아권과 양력설을 쇠는 일본의 설 모습을 들여다본다.

△중국의 춘절풍속=중국의 설은 춘절(春節)이라고 부른다. 춘절연휴는 보통 1주일정도. 이때는 중국 전역에 걸쳐 15억 규모의 대이동이 계속된다.

설 명절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의 설맞이 풍습은 우리와 비슷한 부분도 많다. 춘절 아침에는 웃어른께 절을 하고 '압세전(壓歲錢)'이란 세뱃돈을 받는다. 이때 '돈 많이 벌라는' 뜻의 '궁시파차이(恭禧發財)'라는 덕담을 잊지 않는다.

절을 받는 어른은 반드시 붉은 봉투에 덕담을 쓰고 빳빳한 새 돈을 넣어준다고 한다. 이 봉투는 '홍바오(紅包)'라 한다. 보통 대도시에서는 중국돈 100원(元, 한화 1만5천원선) 내외, 지방에서는 10원부터 100원까지 형편에 맞게 준비한다. 직계후손들에게 비교적 후하다.

온가족이 대청소를 하고 나면 기둥이나 대문에 새해의 복을 기원하는 글귀를 써 붙인다.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는 복(福)자와 재(財)자. 복 자는 거꾸로 붙인다. 이는 '도복(倒福:복을 거꾸로 하다)'과 '도복(到福:복이 온다)의 발음이 비슷해 복자를 거꾸로 붙이면 복이 들어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홍색, 녹색, 황색 등의 색종이를 오려 여러가지 상서로운 모양을 만들어 창이나 문짝에 붙이는 풍습도 있다. 귀신을 쫓는 다는 의미가 있다.

음력 12월 31일 그믐날에는 밤새도록 온 가족이 모여 먹고 노는 것을 즐긴다. 집집마다 등불을 밝히고 저녁식사가 끝나면 바둑이나 마작 등을 즐긴다. 밤12시 제야의 종이 울리면 일제히 폭죽을 터트린다.

△일본의 명절 음식=음력을 사용하지 않는 일본은 양력으로 1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 연휴를 가진다. '쇼가쓰(正月)'라고 불리는 신년축제를 즐기는데 길게는 일주일 이상 가는 경우도 있다.

새해를 앞둔 12월 30일은 미소카(?日)라 하여 집안 대청소를 하고, 31일에는 명절음식인 '오세치 요리'로 분주하다. 오세치는 우엉, 연근, 새우, 다시마, 검은 콩, 무 따위를 국물 없이 건더기로만 달콤하게 조리해 네모난 찬합에 담아놓은 것으로 설 연휴동안 먹는다.

또 집집마다 찹쌀가루를 쪄서 둥글 납작하게 '가가미모찌'를 만들어 나무 제기에 켜켜이 쌓아 신에게 바치는 공물로 두었다가 '토소'라는 술과 함께 '조오니' 떡국을 만들어 먹는다.

△동남아 화교권 축제=동남아 화교권 국가들에게도 설날은 최대 명절이다. 대만, 홍콩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의 화교들은 설이 되면 차례를 지내고, 일주일에서 한달 간 요란한 축제를 벌인다.

대만의 설 풍습은 중국과 비슷하지만 설 연휴가 끝나도 축제는 끊이지 않는다. 대만 전역이 악귀를 쫓는다는 폭죽소리, 오색등불로 장식되고 거리는 흥겨운 축제 행렬이 이어진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설 연휴 관광상품으로도 인기가 높은 축제가 유명하다. 홍콩의 '국제 구정 나이트 퍼레이드'는 구룡반도 일대를 수놓는다. 세계 각국의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거리공연이 장관이다. 싱가포르는 시내를 관통하는 홍바오강에서 중국본토의 공연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선상축제와 퍼레이드, 거리 공연으로 꾸미는 '칭가이 축제'가 열린다.

★ 지구촌 이색 설 풍속

△인도는 설날 온가족이 모인 집안의 마당에서 냄비에 불을 지펴 우유와 쌀이 들어간 죽을 끓이면서 한해의 길흉을 점친다. 죽이 잘 안 끓여지던지 냄비가 깨지면 불행이 닥친다고 믿는다. 죽이 잘 끓여지면 행복해진다고 믿으며, 이 죽을 무화과 잎사귀에 싸서 친지에게 선물한다.

△베트남에서는 설날 전에 수박을 준비했다가 설날에 손님이 모이면 수박을 갈라 빨갛게 익은 정도를 보고 한해의 길흉을 점친다.

동양적인 색채와 유럽의 색채가 동시에 존재하는 러시아에서는 새해 식사 전에 우리 식으로 귀밝이술이라 여기는 '윗가'를 마시면서 한해의 안녕을 기원한다.

△헝가리는 설날 점심때 콩을 넣은 음식을 먹으면서 부자가 되길 기원하고, 멕시코는 1월 1일 바로 직전, 자정에 시계탑 종이 12번 울리는 것에 맞추어 포도알 12개를 먹으며 12가지 소원을 빈다고. 새해 12개월 동안 매월의 소원을 새해에 미리 비는 셈이다.

△유태와 회교권에도 우리와 같은 설날이 있다. 기독교 국가의 그레고리력과는 달리 유태력, 회교력의 정초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유태력의 새해 첫날은 로쉬 하쉬아나(Rosh Hashana)라고 한다. 유태력의 특성상 해마다 날짜가 달라진다. 보통 9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있다.

전통적으로 이날은 유태인이 지난 한 해의 행동을 신에게 심판 받는 날이다. 성직자들이 숫양의 뿔로 만든 나팔인 '소파(shofar)'를 불러 새해 첫날의 시작을 알리면 기도와 속죄의 시간을 갖는다.

△아랍권에서는 헤지라(Hegira)가 새해의 첫날이다. 이날은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모하메드가 박해를 피해 메카에서 메디나로 옮겨간 서기 622년 7월 16일이 기원이다. 이날 대부분의 회교도들은 저녁에 가족들끼리 모여 기도를 하며 조용히 지낸다. 그러나 우리의 설처럼 휴일은 아니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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