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글로벌 챌린저가 제 꿈이에요"

전국 최연소 퀴즈영웅 이창환군

"고시(考試)를 할 수 도 있지만 관심 없습니다. 졸업하면 취업하거나 창업해서 새로운 세상이 필요로 하는 '글로벌 챌린저'가 되는게 제 꿈입니다."

전국 최연소, 최고액 퀴즈영웅 이창환(18세, 서울대 경영학과 합격)군이 꿈꾸는 미래는 색다르다. 고시로 앞날을 보장받는 길 대신 여러 사람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창의적인 기업가를 꿈꾼다. 좁은 문을 택하려는 창환군이 그 꿈을 얼마나 실현시킬지 미지수이지만 그가 지닌 강한 도전정신과 창의적인 사고의 가능성은 무한대다.

◆ 동화책 한권 읽기 어려운 살림살이

창환군의 어머니 채판순(46)씨는 어려워서 동화책 한권 사줄 형편이 되지 않았다. 유치원에 다니던 어느날, 이웃집에서 "창환이가 책을 잘 읽는다"는 얘기를 했다. 책을 싸게 읽히기 위해 책값을 할인해준다는 모 출판사 주부사원으로 등록했다. 창환이가 나고 처음으로 20% 싸게 동화책 두질을 사주었다. 책이 닳도록 읽고 또 읽는 모습이 예뻐서 만화 역사책을 사주었다.

"제가 잘 모르고, 형편도 어려워서 적극적으로 밀어주지 못했어요. 얼마나 책을 보고 싶으면 옆집 아저씨가 읽던 '대망'까지 갖다 읽었을까요. "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면서는 싸게 책을 볼 수 있는 책방에 열심히 다녔다. "책방에 갖다준 돈만 해도 꽤 될 걸요."

◆ 환타지 소설과 신문 읽으며 활자공포 없애

이군은 환타지 소설을 읽으면서 활자에 대한 공포심을 날려버렸다. 어머니 채씨는 보다 싸게 접할 수 있는 신문을 구독했다. 처음에는 스포츠면을 보더니 점점 관심을 늘려갔다.

"신문에는 사회 현상이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많은 정보가 실려있어서 좋았어요."이군은 신문을 '쓰윽' 훑고 버리지 않는다. 기사 하나를 봐도, 씹고 또 씹는다. "왜 이렇게 썼을까?" 행간을 생각하면서 세상보는 눈을 키웠다.

학원이라고는 다니지 않은 창환군은 어릴때 또래들과 축구 야구를 하며 실컷 놀았다. 동네 아파트 유리창을 단골로 깨먹었다. 관리실에서는 "잡으면 죽인다"고 할 정도로 골목대장이었다. "

대구 율하초등학교를 거쳐 안심중학교에 다닐 때까지 혼자 공부하는 시간외에는 해가 지도록 놀았다. "그때 실컷 놀았기에 고등학교에서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니면 수험생활을 견뎌내기 힘들고 싫증도 났을텐데..."

◆ 오전 6시 무조건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

이군은 어릴때는 뭐든지 혼자서 하라며 떼밀던 엄마가 야속하더니 커서 생각하니 참 감사하다. 덕분에 독립심이 강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데 도움이 됐다. "가족신문도 혼자 만드는 바람에 한번도 상을 못받아 신경질이 났었는데..."

채씨는 혼자서도 아들을 강하게 키웠다. 규칙적인 생활을 요구했고,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회초리를 들었다. 무조건 11시쯤 재우고, 새벽 6시에는 깨웠다. 늦게까지 공부하려고 해도 불을 꺼버렸다. 새벽에는 영어테이프를 듣게 했다. 이런 규칙적인 생활은 대구외고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됐다.

"외고에서 새벽 6시에 기상하고 밤 11시40분에 자는데, 그 틀을 지키려고 노력했어요. 귀찮아도 아침밥까지 꼭 챙겨먹었어요. "친구들이 새벽까지 공부하는 것을 보고 한번 따라했다가 다음날 오전 내내 졸고는 밤샘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는 독창적인 지식

창환군은 외고에서도 꼭꼭 신문을 챙겨보며 사회를 보는 눈을 키웠고, 외고 도서관의 책읽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신문과 책 그리고 학교에서 스폰지처럼 빨아들인 독창적인 지식이 창환군을 최연소, 최고액(5천810만원) 퀴즈왕으로 등극시킨 힘이다. 얼마전에는 외고 친구들이랑 아리랑TV의 영어퀴즈에 나가 두번 이기고 세번째 졌다. 경주문화엑스포 게임왕이며, 전국 고교생 증권경시대회에서 우수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서울대 수시전형에서는 경시대회 성적으로 특별전형을 냈다가 미역국을 먹기도 했다.

"어릴때부터 남이 하는 것은 싫었어요. 남이 하지 않는게 좋아요. " 경영자로서 이군의 다부진 꿈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렇다고 창환군은 별종이 아니다. "중학교만 들어가면 제 방에서 혼자 놀지 부모와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요즘 아이들과 달리 쉰세대 엄마와 세상을 얘기하고, 집안을 책임지려는 강한 아들이다.

◆ 엄마, 선생님과 대화 즐겨

"신행정수도에 대해서나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해서도 얘기를 해요. 마음이 넓은 편이라 학교일이나 친구도 제가 물어보면 뭐든지 다 얘기해줘요."창환군은 요새 예비대학생으로서 자기가 걸어온 길에 대해서 3월말 출판 예정으로 책을 쓰는 한편, 외국어 공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어학능력은 굉장히 중요한 세계화 도구죠"라는 창환군은 별도로 어학원에 다니지 않지만 다독, 다청으로 외국어를 혼자 공부하고 있다. 외고에서 영자신문 서클의 리더를 맡았고, 편집대회에서 상도 받았다.

이군은 서울대를 졸업하면 3년쯤 취업이나 창업을 하고, 그 뒤 미국이나 유럽에서 대학원을 하며 MBA도 딸 작정이다. 조지 소로스의 자본주의 관련 책을 감명깊게 읽은 이군은 "현실적인 학문인 경영학을 전공, 능력을 맘껏 발휘해보고 싶다."며 도전장을 던진다.

◆ 창의적인 경영가 되고파

자전거를 타는 이군은 아직도 아직도 개발이 덜 된 동네(반야월)를 휙 돌기를 좋아한다. "훌륭한 인물이 되어서 내가 자란 반야월을 빛내고 싶습니다."상당히 적극적이고, 활발한 이군은 일을 잘 벌리는 스타일. 그런 와중에 어렵고 힘든 일에 부닥치면 우선 할 일을 종이에 적으면서, 자신의 심리상태가 정리해보고, 공연한 스트레스는 날려버린다.

학교 수업과 교육방송에 의지한 이군은 어머니가 원하는 것은 신경쓰지 않도록 노력하는 효자다. "저보다 엄마가 훨씬 강하고, 성실하고, 끊임없이 세상만사에 관심을 가지시죠."

지난해 고졸 검정고시에 이어 대구시교육청이 주관하는 조리사시험(10급 기능직)에서 우수한 성적(1천600명중 5등)으로 합격, 14일부터 연수를 앞두고 있는 창환군의 어머니는 "시험을 치기위해 직장도 그만 두고 올인했는데 다행"이라며 "창환이가 큰 인물은 아니더라도 나라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최미화 편집위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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