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축구, 독일행 가능성 발견

'공격은 OK, 수비는 보완 절실.'

베일을 벗어던진 북한축구가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하며 잉글랜드월드컵 8강으로 대변되는 옛 영광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윤정수 감독이 이끄는 북한축구대표팀은 9일 사이타마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첫 경기에서 홈팀 일본에 아쉽게 1-2로 져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는 못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한국과 함께 아시아를 호령하고 있는 강호 일본을 상대로 시종 대등한 경기를 벌여 향후 선전을 예고했다.

조 2위까지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지고 3위를 해도 A조 3위와 플레이오프를 벌인 뒤 북중미카리브해 3위팀과의 대결을 통해 '막차 티켓'을 노릴 수 있어 북한으로서는 희망을 접을 상황이 전혀 아니다.

북한이 아시아 2차예선을 조 1위로 통과할 때만 해도 조편성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오랜만에 국제 무대에 나온 북한의 전력은 녹록지 않았다.

중국에서 강도높은 담금질을 벌였던 북한은 체력, 스피드, 정신력의 3박자가 조화를 이뤄 자신만만했던 일본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경험 부족이 우려됐지만 '울트라닛폰'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특유의 '체력축구'를 뽐냈다.

지코 일본 감독이 "우리를 매우 어렵게 했고 우리의 리듬을 깬 것은 물론 실수를 범하도록 몰아붙였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

특히 국내파 홍영조, 김영수, 김영준과 함께 재일교포 해외파(J리거) 리한재(히로시마), 안영학(나고야)이 이루는 공격라인의 파괴력은 일본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고 왼쪽 미드필더 문인국의 돌파력도 눈에 띄었다.

정교한 쇼트 패스로 골문을 좁혀가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신장이 크지 않지만 몸싸움과 제공권 다툼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반면 수비 불안은 다음달 25일 홈에서 속개되는 바레인과의 2차전을 앞두고 시급히 고쳐야할 부분으로 지적됐다.

일본과의 경기에서 프리킥 선취골을 빼앗긴 것도 수비라인에서 불필요한 횡패스를 한 것이 빌미가 됐다.

북한의 수비진은 위험지역에서 볼을 제빨리 처리하지 않다가 상대의 강한 압박에 흔들리는 모습이 적지 않게 목격됐으며 골키퍼 또한 크로스 또는 센터링에 의한 공중볼을 펀칭 위주로 다루는 아슬아슬한 플레이를 보였다.

따라서 북한이 일본전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집중 보완하고 공격 때 경기 운영을 더욱 세밀하게 한다면 잉글랜드월드컵 이후 40년만의 본선 진출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윤정수 감독은 "패하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지만 (이젠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위해 팀을 추스를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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