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으로 입원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퇴위 문제가 최고위 측근으로부터 제기된 후 파문을 진정시키려는 교황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교황의 입원 중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안젤로 소다노 교황청 국무장관은 교황이
퇴위해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결정은 교황의 양심에 맡겨져야 한다. 우리는
교황을 믿어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할 지는 그 자신이 알고 있다"고 대답한 것으로
보도됐다.
지난 1일 호흡곤란으로 입원한 교황은 '재의 수요일'인 9일 재위 26년 만에 처
음으로 공식 미사를 거르고 병실에서 주치의와 측근들만 참석한 가운데 약식으로 기
도식을 가졌지만 로마교구 교황대리인 카미요 루이니 추기경은 교황의 건강이 "매우
좋아 보였다"고 전했다.
교황이 파킨슨병과 무릎 관절염 등으로 서 있지도 못할 정도로 쇠약해지면서 그
의 퇴위 문제는 10년 넘게 거론돼 왔지만 교황은 이번에도 교황으로서 업무를 계속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6일 레오나르도 산드리 추기경이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이 병원에서
도, 다른 아픈 사람들 속에서도 교회와 전 인류를 위해 계속 봉사할 수 있다"고 말
해 퇴위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인 소다노 추기경이 교황의 퇴위에
대해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발언을 하자 다른 가톨릭 고위 지도자들로부터도 비슷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교황의 사제수업 동창생인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메히아 추기경은 "교황은 자신
의 신체상태가 심각해져 더 이상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때가 언제인 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 대주교인 장-마리 뤼스티게 추기경도 프랑스 라디오와의 회견에서 "그는
사임할 수 있다. 이것은 그의 양심에 관한 문제이다..교황은 그에게 임무를 수행하
도록 한 신의 뜻을 헤아려 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뤼스티게 추기경은 그러나 병환 중에서도 교황이 인내심을 보이는 것은 로마 가
톨릭의 중요한 상징이라고 강조하고 "교황은 아널드 슈워제네거처럼 슈퍼맨 식으로
교회를 운영하는 모범을 보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가톨릭 교회 내에서 대표적 반항아로 꼽히는 스위스 신학자 한스 큉(76) 신부는
"교황은 교회의 요구와 필요성에 따라 사임할 수 있다. 그런 기회가 지금 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1979년 교황 불가류(不可謬)론에 반기를 든 후 가톨릭 교리 강론을 금지당
한 큉 신부는 "이런 식으로 계속할 수는 없다. 지금 가톨릭 교회는 교황과 마찬가지
로 노쇠했다"고 비판했다.
가톨릭 교회 역사에서 교황이 사임한 사례는 모두 5명이고 15세기초 그레고리 2
세 이후 지금까지 전무했다.
그러나 수많은 교황들이 강제 퇴위를 당하거나 추방당했고 21명은 순교자로, 9
명은 순교자 후보로 기록됐다.
4명은 망명지나 감옥에서 사망했고 6명은 암살됐으며 2명은 반란의 와중에서 입
은 상처로 숨졌고 1명은 지붕이 무너지는 바람에 사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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