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가에서-손이 지배하는 세상

모든 것을 하나로 궤는 '일이관지(一以貫之)'는 공자의 사상이자 나의 공부 방법이다. 나는 높은 깨달음에 도달하기 위해 늘 선승처럼 화두를 잡고 살아간다. 일이관지도 나무 공부하면서 설정한 화두 중 하나였다.

나는 역사를 공부할 때도 화두 같은 것을 설정한다. 이는 아주 복잡한 역사를 중심어로 파악하는 방법이다. 역사를 이해하는 방법은 엄청나게 많지만, '손'은 내가 즐겨 사용하는 중심어이다. 마틴 바인만의 '손이 지배하는 세상'도 손으로 많은 것을 읽고 있다. 나는 바인만보다 먼저 손을 통해 학생들에게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곤 했지만, 그는 나보다 먼저 손 관련 책을 저술하였다.

그의 작품은 의사답게 손을 주로 의학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나는 학생들에게 주로 문화와 관련하여 설명한다. 손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기관 중 가장 원시적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것은 손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손을 사용한다는 것은 곧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도구는 문명을 만드는 주요한 수단이다. 그래서 인간 문명은 결국 손으로 일군 것이다. 손만 제대로 알면 역사와 문화가 보인다. 예컨대 자동차의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것도 오른손의 산물이다.

이 시대도 손을 중시하는 세상이다. 디지털이 바로 손과 관련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손은 오른손도 있지만 왼손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왼손보다 오른손을 중시한다. 그래서 우리는 오른손을 '바른손'이라 부른다. 남한의 역사도 그간 오른손을 중시하였다. 그러나 오른손만이 바른손은 아니다. 양손이 있어야 사람이 온전하듯, 이 세상도 양손의 가치를 각각 존중할 때 행복할 수 있다. 오른손만 중시한다면 왼손은 외롭다. 왼손만 중시한다면 오른손은 슬프다. 양손을 잡으면 이 세상은 따뜻하다.

강판권 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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