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도심 건물 옥상은 '쓰레기장'

대구시내에 빌딩이 늘어나면서 건물 옥상의 환경정비가 시급해졌다. 도심인 동성로 일대는 물론이고 수성구 범어동, 성서, 칠곡 일대 부도심권에 대형 고층빌딩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건물주의 인식 부족으로 옥상 공간이 황량한 시멘트 바닥으로 남아있거나 쓰레기장으로 변해있었다.

이때문에 건물 옥상도 도시환경 정비차원에서 휴식공간으로 꾸미는 등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오후 고층에서 내려다 본 도심 건물 중 10층 이상 건물 옥상들은 비교적 깨끗한 편이었지만, 차가운 시멘트바닥 밖에 보이지 않아 휑뎅그렁한 풍경이었다. 4, 5층짜리 중·소형 건물 옥상에는 각종 폐기물, 건축 폐자재 등으로 뒤덮여 있어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대구백화점 동성로점, 한일극장이 위치한 엑슨밀라노 등의 옥상에는 수백평 이상 넓은 공간이 빈 공간으로 남았고 밀리오레, 교보생명 빌딩 등의 옥상에는 반원형 구조물이나 대형 광고판이 자리잡고 있었다.

엑슨밀라노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아 건물주가 큰 돈을 들여 옥상을 꾸밀 여력이 없다"며 "청소도 비용 때문에 자주 하기 어렵다"고 했다. 동성로 일대 건물 옥상에는 꼬여있는 전깃줄, 철제 캐비닛, 스티로폼, 빈 박스, 부서진 의자, 쓰지않는 공중전화기, 폐타이어, LPG 가스통, 빈 맥주병과 소주병 등 온갖 종류의 쓰레기로 뒤덮여 있었다.

수성구의 한 건물 옥상에는 이삿짐이 그대로 방치돼 있기도 했으며 한 건물에는 시멘트포대, 판자 등 건자재가 가득 쌓여있었다. 20층 사무실에서 일하는 ㅅ생명 김모(42·수성구 중동) 씨는 "보이는 곳은 그럴듯하게 꾸며놓고 보이지 않는 곳은 엉망인 것을 보면 대구의 치부를 엿보는 느낌"이라며 "창밖을 내다보기가 싫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건물에는 나무를 심은 정원이나 깨끗한 휴게공간으로 단장된 곳도 꽤 있다. 동성로 갤러리존 건물 뒤편에 위치한 건물에는 20∼30여평 규모의 작은 소나무 동산이 꾸며져 눈을 시원하게 했다. 중구청 옥상에도 작은 화원 모양의 꽃밭이 자리잡고 있으며, 맞은편 5층 건물에도 야자수 모양의 나무를 중심으로 작은 정원이 꾸며져 있었다.

남정윤 중구청 도시관리과장은 "건물주들이 옥상도 건물 미관의 하나라는 생각을 갖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강제적으로 할 수 없겠지만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옥상을 건축주와 이용객들의 휴식공간으로 꾸밀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사진: 마치 쓰레기장을 방불케하는 건물 옥상이 많아 정비가 시급하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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