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조 원이란 초대형 금융사기 미수사건이 설 연휴 직전 안동지역 농협에서 발생했다. 66조 원은 1만 원권으로 환산할 경우 10t 트럭으로 무려 726대 분량.
안동경찰서는 7일 낮 12시쯤 안동시 풍천면 풍천농협 ㄱ지소 박모(42·안동시 송현동) 소장이 여수신 담당 직원을 심부름 보낸 뒤 거래전표를 허위 입력하는 수법으로 2조 원씩 모두 33차례 66조 원을 차모(60·서울 서초구)씨 명의의 계좌로 불법입금한 혐의를 잡고 박 소장 검거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박 소장이 돈을 입금처리한 뒤 이날 오후 1시30분쯤 공범 국모(신원 미상)씨가 통장주 차씨 등과 함께 농협 서울 ㅌ지점을 찾아 박모(56·주거부정)씨의 ㅅ은행계좌로 이체해 줄 것을 요구하다 미수에 그쳤다. 경찰은 현장에서 검거한 차씨와 박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 조사 중이다. 차씨와 박씨는 경찰조사에서 국씨 부탁을 받고 단순히 계좌이체를 요구한 것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 소장이 입금표를 창구에서 기다리던 한 손님에게 보여 주었다는 직원 진술에 미뤄 전문 금융사기단의 계획 가능성도 배제않고 있다.
이 같은 희대의 사건이 발생하자 농협중앙회 안동시지부 측은 해명에 안간힘이다. 농협 측은 10일 "이번 사건은 정신병 치료를 받아오던 한 간부직원이 정신이 혼미하고 계수개념이 상실된 상태에서 천문학적인 거래 불가능 금액을 송금 조작한 해프닝"이라고 밝혔다. 또 "66조 원이 자체 감사시스템에 체크돼 즉각 송금이 취소됐다"면서 "앞으로 고액송금에 대해 자체 승인제도를 도입하는 등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안동 출신으로 지난 85년 농협대학을 졸업한 뒤 농협에 몸담아 97년 풍산농협에서 상무로 승진한 박 소장의 범행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성실한 사람으로 알려진 박 소장의 이번 범행동기를 주위에선 주식투자 실패를 꼽고 있다.
한편에선 금융계에 20년을 종사한 박 소장이 66조 원의 인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만큼 6억6천만 원 정도를 횡령하려고, 1회에 2천만 원씩을 33회로 나눠 송금하려다 단말기 조작실수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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