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마당-방송에 모호한 표현 넘쳐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방송을 보고 듣다 보면 출연자들이 모호한 표현들을 자주 쓰는 것을 접하게 된다.

인터뷰에 응하는 전문가들, 토론 프로그램 패널리스트들, 오락프로그램 진행자들뿐만 아니라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들까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주관을 포기한 채 애매모호한 양비론의 표현들을 쏟아내고 있다.

"…라고 생각합니다.

…해야 합니다.

또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말해도 될 것을 "…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해야 하지 않나(하지 말아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등으로 빙빙 돌려 말한다.

이는 말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의 표출이다.

심지어는 선택의 종착점이 한 가지밖에 없는 명백한 상황에서도 그렇다.

예를 들면, 카드빚 비관 자살사건 때 "하루빨리 경제가 회복돼야 파산으로 인한 자살이 줄어들 것입니다"라고 하면 될 것을, "…가 해소되어야 파산으로 인한 자살이 줄어들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로 한참 돌려 말한다.

비슷한 예로, 부정부패 사건 때도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야 소득 2만 달러 시대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를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야 소득 2만 달러 시대로 진입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로 말하는 걸 본다.

좀더 명쾌하고 적확한 표현을 사용하는 아나운서, 패널리스트를 보고 싶다.

전준선(대구시 동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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