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농정을 상징하던 추곡수매제가 올해부터 사실상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8년 정부수립과 동시에 시행됐던 추곡수매제는 정부가 수확기에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여 쌀값을 안정시키고 춘궁기에 쌀을 방출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농정의 핵심적인 제도였다.
11일 농림부에 따르면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이달 초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추곡수매 국회동의제 폐지를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잠정 합의했다.
추곡수매 국회동의제가 폐지되면 정부가 추곡수매 실시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게 돼 사실상 추곡수매제가 폐지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게 된다.
당정은 또 추곡수매 국회동의제 폐지로 농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될 것에 대비, 80㎏ 쌀 한 가마당 17만70원의 목표가격을 설정해 시장가격과의 차액을 보전해주는 ' 쌀소득보전기금' 개정안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아울러 당정은 지난해에 전년대비 4% 인하된 가격으로 실시된 추곡수매가 사실상의 마지막 추곡수매인 것을 감안, 6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곡수매가를 인상함으로써 농민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정부는 추곡수매 국회동의제가 폐지되면 비상시를 대비해 쌀과 기타 양곡을 시장가격으로 매입, 비축하는 공공비축제를 도입하고 기존 추곡수매는 필요에 따라 공공비축 물량 조달방법의 하나로 실시할 방침이다.
추곡수매제는 지난 48년 도입돼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72년에 폐지됐다가 지난 88년 노태우 대통령 집권 당시 여소야대 상황에서 법 개정을 통해 부활됐다.
이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에 따라 추곡수매 자금이 대표적인 감축대상 보조금(AMS)으로 분류되면서 해마다 보조금 규모가 줄어 가격지지 등의 기능이 갈수록 쇠퇴하자 학계를 중심으로 폐지론이 제기됐지만 정치적인 논리로 유지돼왔다.
실제로 우리 정부가 쓸 수 있는 이 보조금은 지난 95년 2조1천825억 원에서 작년에는 1조4천900억 원으로 급감, 960만 섬에 달했던 쌀 수매물량이 516만 섬 수준으로 줄어들어 가격지지 기능을 상실했다.
정부는 쌀시장을 왜곡시키던 추곡수매제가 폐지되면 자연스럽게 쌀의 국내외 가격차가 좁혀져 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쌀시장 개방확대에 대비할 수 있는 농정개편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추곡수매 국회동의제 폐지는 농정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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