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악기가 있어야 좋은 음악 교육이 이루어집니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좋은 악기를 보급하고 싶은 욕심에 국내에는 생소한 악기인 오르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
이재성(42) 한국오르프악기 대표는 대구에서 유일하게 오르프 악기를 만드는 제작자다.
대구시 동구 입석동, 3년 전에 마련한 그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오르프 제조에 사용되는 장미목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조율 순서를 기다리는 악기들이 줄지어 있다.
연주 활동만 하던 그의 손은 오랜 작업으로 인해 거칠었지만 따뜻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오르프 악기란 자체의 고유한 소리를 갖는 자연적인 악기들을 지칭하는 말로 '카르미나 부라나'로 유명한 독일 작곡가 칼 오르프(1895~1982)에 의해 적절히 편성되면서 그의 이름이 붙어 통용되게 됐다.
1950~54년에 출판된 '어린이를 위한 음악, 오르프-슐베르크' 책에 나오는 악기의 종류는 작은 타악기(리듬막대, 트라이 앵글, 심벌즈 등), 음반악기(실로폰, 메탈로폰 등), 큰 북과 팀파니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계명대에서 타악기를 전공하고 대구시립교향악단 단원으로 활동한 이씨는 지난 1992년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떠나 비엔나 국립음대와 브루크너음악원을 졸업한 전문 연주인이다
현재 울산시립교향악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씨는 유학 시절 오르프 악기와 첫 대면을 했다.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음악을 배우는게 오르프 음악 교육의 특징입니다.
주입식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음악적 감각을 깨닫게 도와줍니다.
"
이씨는 귀국 후 1999년 유치원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주에서 열린 오프르 연수에 참가하면서 본격적으로 오르프 악기 제조에 뛰어 들었다.
악기 제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이씨는 초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1970년대 외국에서 유학한 수녀들에 의해 오르프 악기가 국내에 보급되었으나 악기를 수입하다 보니 국내에는 기술자가 거의 없어 제조법을 배울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
;이씨는 일본, 독일, 미국 등에서 제조된 오르프 악기를 수입한 뒤 무작정 그대로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
장미목 원목을 구해 제재소에 맡겼더니 톱날이 들어가지 않아 가공을 못한 적도 있었다.
이후 이씨는 자비를 들여 톱날을 주문 제작해서 사용하고 있다.
"음향이 맞지 않아 수백 개를 폐기 처분한 적도 있었습니다.
될 때까지 일일이 손으로 검증하면서 한발 한발 나아갔습니다.
이제는 남들에게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악기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이씨는 악기를 만들기 시작한지 6년여 만에 세계 최고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독일 '스튜디오49'사의 제품에 버금가는 제품을 생산하게 됐다.
"아이들이 제가 만든 악기를 들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합니다.
어려움도 많이 겪었지만 제가 어린이들의 음악 정서 함양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낍니다.
" 이씨는 다양한 오르프 악기 개발 작업뿐 아니라 오르프 교육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음악대에서는 오르프과가 있으며 독일에는 오르프 학교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오르프 교육자를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습니다.
" 이씨는 오는 19일 문을 여는 대구칼오르프교육센터 연구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대구칼오르프교육센터는 19일부터 5월28일까지 지도자 교육을 실시, 오르프 교육 보급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문의 053)742-4400.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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