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용봉사로 이웃 사랑"…박정조(37)씨 일가

"제가 가진 유일한 재주인 미용기술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할 뿐입니다." 막내 누나, 아내, 본인은 미용사, 큰 누나와 형의 조카마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박정조(37)씨 일가. 박씨는 1992년 봄 애망원에서 선천성 소아마비, 정신지체 등 장애아동들을 위해 봉사하러 갔다온 후 감명을 받고 이를 계기로 10여 년째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미용봉사를 해오고 있다.

그는 지난 10여 년 동안 한 달에 한두 번씩 어렵게 살고 있는 홀몸노인, 노숙자 등을 위해 가위를 들었다.

주로 무료급식소, 공원 등지에서 점심시간을 이용, 2시간 동안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20명까지 미용봉사를 하고 있으며 공부방 어린아이들의 머리를 깎고 다듬어주기도 한다.

또 적은 액수지만 척수장애인들을 위해 후원금까지 보내고 있다.

중구 동성로의 '최가을 헤어드레서' 원장인 그는 "미용기술은 우리 가족 일가를 먹여살린 보배"라며 "이를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도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용봉사도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지난 2002년과 2003년 겨울에는 장소가 마땅치 않아 경상감영공원에서 신문지를 깔아놓고 10여 명 남짓한 노인들의 머리를 손질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 손이 얼고 가위질이 잘 안돼 고생했는가 하면 어떤 노인들은 1년 동안 머리를 감지 않아 역겨운 냄새를 참아가며 미용봉사를 해야 했다.

박씨 가족의 이런 노력은 미용사업의 번창뿐 아니라 봉사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2003년 그와 부인 김금남(34)씨가 10여 년간의 미용봉사에 대한 결실로 중구청장으로부터 중구 구민상을 수상한 것.

매달 박씨로부터 머리손질을 받는다는 윤상대(86·동구 신암4동) 할아버지는 "박씨가 매번 한결같이 정성을 다해 노인들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정리해 준다"며 "그에게 구민상보다 더 큰 상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남2녀를 두고 있는 박씨는 "혹시라도 자식들이 미용사가 되고자 한다면 적극 밀어주고 싶다"며 "대를 이어 미용봉사하는 좋은 가풍을 만들고 싶다"고 작은 소망을 펼쳐보였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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