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어 가족과 헤어진 채 새 삶을 살던 50대 여성이 20여 년 만에 극적으로 가족과 상봉했지만 부부의 엇갈린 삶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1남 2녀를 둔 평범한 주부로 생활하던 A(58)씨는 지난 81년 부산에 왔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사고 후유증으로 기억을 잃은 A씨는 사고 당시 자신을 구조하고 간호해준 B(53)씨와 결혼해 B씨의 고향인 영월에서 새 삶을 살게 됐다.
그러던 중 B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의 군입대 때문에 호적정리가 필요해졌고 무적상태였던 A씨는 경찰의 도움으로 신원파악에 나섰다.
3개월여 간의 추적 끝에 경찰은 제주도 서귀포시에 사는 A씨의 가족들을 찾아냈고 A씨는 24년간 재혼도 하지 않은 남편과 세 자녀가 오랫동안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설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A씨는 제주도에서 찾아온 딸(35)과 마침내 극적인 상봉을 했지만 24년 만에 만난 어머니를 보고 통곡하는 딸과 달리 A씨는 끝내 기억을 되찾지 못한 채 멋쩍은 만남을 접어야 했다.
A씨의 신원을 파악해 가족과의 만남을 주선한 영월경찰서 박은혁 경장은 "A씨에게는 20여 년 만에 가족을 만난 기쁨보다 이후 두 가족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기억 속의 가족은 찾았지만 지금의 가족을 외면할 수 없는 A씨와 24년간 기다려온 아내가 새 가정을 꾸린 사실을 알게 된 남편, 함께 살아온 아내에게 또 다른 가족이 있음을 알게 된 B씨, 그리고 A씨의 자녀들은 모두 큰 고민에 빠졌다.
(연합)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