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립극단 18·19일 공연 '춘심홍로킹스토리'

고전 재해석 '21세기식 풍자'

대구시립극단의 2005년 특별공연 '춘심홍로킹스토리'(안희철 작·이상원 연출)가 오는 18, 19일 대구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다소 '황당'하게 들리는 제목은 춘향전, 심청전, 홍길동전, 로미오와 줄리엣, 킹 리어의 제목 맨 앞 자를 따 합성한 것. 제목처럼 내용도 이들 작품들을 부분적으로 섞어 현대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풍자적으로 드러낸다.

시립극단 이상원 감독은 "동서양 고전을 유기적으로 조합, 다양한 인물들의 성격을 현대적인 색채로의 재해석과 비틀기를 통해 고전읽기의 새로운 맛을 연극이라는 형식을 빌어 재미있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21세기라는 옷을 걸치고 새롭게 태어난 동서양 고전의 주인공들을 미리 만나보자. 공연시간은 18일 오후 7시30분, 19일 오후 3시·6시. 문의 053)606-6323.

◇길동=조상님께는 죄송하지만, 홍(洪)씨 성을 버리고 이(李)씨 성으로 새롭게 태어난 길동이옵니다.

아버님은 이몽룡 어른이시고, 어머님 함자는 성춘향입지요. 원작대로 저는 반상(班常) 제도의 모순을 깨뜨리고자 이상국 건설을 꿈꾸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심청 아씨를 만나게 되면서 이상국이 멀리 있음이 아니라 인간 사이에 있음을 깨닫고 모든 것을 던져버리는 다소 엉뚱한 인물로 나오지요.

◇심청=소녀는 짝사랑하던 성춘향 때문에 관직에서 쫓겨나시고, 화병으로 눈까지 멀게 된 변학도 사또의 딸이옵니다.

이번에도 아버님의 눈이 뜨이게 하려고 인당수에 몸을 던지지요. 그런데 길동 도련님이 구해주시고, 첫눈에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허나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입니까. 철천지원수 집안의 자식이라니….

◇몽룡='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라….' 안녕하세요, 꿈에 그리던 춘향과 결혼한 뒤 애처가의 삶에 푹 빠져있는 이몽룡입니다.

행복한 저에게도 고민이 하나 생겼어요. 하나뿐인 자식놈 때문이지요.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이상국 건설이라는 허황된 일에만 빠져있으니…. 게다가 지 어미를 범하려 했던 원수의 딸과 혼인까지 하려드니, 어쩌면 좋겠습니까?

◇춘향=조선의 절세가인이라던 제 모습이 어찌 그리 변했느냐고요.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옛말도 있잖아요. 길동을 낳고 산후조리 실패로 이 지경이 됐지만, 몽룡 어르신은 아직도 제가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공주라고 부른답니다.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는 남정네들의 뜨거운 시선에 부담이 될 정도여요. 호호호.

◇학도=내 사랑도 모자라 눈까지 빼앗아간 철천지 원수놈의 자식에게 애지중지 키운 딸을 어떻게 주겠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사랑하는 딸을 사지로 내몰고 뺑덕어미에게까지 버림을 받고 보니, 딸들에게 버림받고 광야에서 울부짖던 이웃나라 리어왕의 심정을 알겠더군요.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화해'와 '사랑'입니다.

아무쪼록 공연장을 나가시면서 이것만은 깨달았으면 합니다.

이웃들을 사랑하세요. 또 그동안 불편하게 지냈던 분들과도 이번 기회에 화해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제가 눈을 뜬 것만큼 인생이 편안해질 테니까요.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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