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올빼미族'

지난해 '아침형 인간'이란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이 신조어를 내세운 책들이 베스트 셀러로 떠올랐었다. 역사상 탁월한 지도자들은 아침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 활용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아침을 지배하는 사람은 일과 가정, 여가의 균형을 잘 지킬 뿐 아니라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사는 경우라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아침형 인간'은 늘 밝고 긍정적인 사고로 세상과 사람들을 대하는 '맑은 영혼'과 '생기'를 지닌 '행복한 사람'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침형으로 변신을 꾀하는 바람이 일었다. 하지만 이에 따르는 부작용을 호소하거나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만은 않았다. 생체 리듬이 사람마다 다르므로 늦게 일어나 늦게 자는 게 되레 나은 유형도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문인과 예술가, 집중력이 나은 밤에 공부하는 학생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 3위의 '올빼미족'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제 시장조사 기관인 AC닐슨이 28개국 1만4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68%가 자정 이후에 잠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르투갈인 75%, 대만인 69%에 이은 늦잠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 다음으로는 홍콩 스페인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이탈리아 순이다.

○…한편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람들은 7~8시간 정도 잠자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최고 잠꾸러기는 국민 33%가 9시간 이상 잠을 자는 뉴질랜드인이며, 인도네시아인은 91%가 오전 7시 이전에 일어나 가장 부지런한 국민으로 꼽혔다. 아무튼 인간이 오랜 세월 진화하면서도 밤에 쉬는 게 보편화돼 온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인이 뉴질랜드인보다 더 이상적인 국민이기만 할까.

○…옛 사람들은 해가 뜨고 짐에 따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조명 기술이 발달하고, 밤 문화가 낮과 같이 바뀌다시피 한 현대 도시 생활에는 그런 환경의 지배를 덜 받게 됐다. 자신의 일, 제 몸의 특성을 잘 알고 맞게 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올빼미족'들의 주장에 일리가 없지 않은 까닭도 거기에 있다. 다만 '아침형은 성취형, 저녁형은 자유형'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이태수 논설주간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