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해수 시인 '간이역' 연작시집 3,4권 출간

박해수 시인의 간이역 시리즈 시집 1권 '죽도록 그리우면 기차를 타라'와 2권 '죽도록 외로우면 기차를 타라'에 이어 3권 '기차 푸르른 네 잎 속으로'와 4권 '기차가 네 몸속으로 들어갔다'가 북랜드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연작시집 3권에서 시인은 '봄빛으로 가는 기차' 등 계절별, 노선별 4부로 나뉜 시편들에서 간이역에 스민 애잔한 정서를 한 편의 수채화와 수묵화처럼 그리고 있다.

만종역에서 '산소리 깊어지니 절종 소리 깊어지더라/ 치악산 가는 길/ 깊어져 저녁 저물고/ 풀벌레 소리 깊어져/ 가슴 풀고 울고 있네/…'라고 노래한 시인은 구단양역과 창교역, 희방사역 등지로는 참선하듯 가을 기차를 타고 흑기러기처럼 떠간다.

4권 시집 '기차가 네 몸속으로 들어갔다'에서 시인은 '바다로 가는 초록역'편에 호남선 원정역, 연산역, 안평역, 익산역, 동목포역, 영산포역 등의 꿈과 낭만을 담았다.

또 '산으로 가는 산역'에서 전라선, 장항선과 경부선, 가은선, 경북선, 충북선, 경원선, 경춘선의 추억과 그리움이 줄줄이 묻어나는 시편들을 아로새겼다.

사계절의 변화를 따라 세월을 싣고 흐르던 간이역 철길 위에 어린 삶의 애틋함과 그리움을 씨줄 날줄로 엮어 시 속에 오롯이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흑고니 같은 기차와 더불어 저승과 이승을 돌아 나오는 삶의 기도 같기도 한 시편들이다.

시집은 16일 고모역 시비 제막식에서 첫선을 보인다.

4, 5년 전부터 전국의 역순례 시작활동에 나선 박 시인은 "현재 완성한 역시(驛詩)는 약 270편 정도"라며 "당초 목표였던 700~800개의 국내역에 이어 북한의 역과 우리 민족의 정한이 서려 있는 중국의 역까지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시인이 이렇게 우리 문단에서도 처음 있는 역순례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시인의 역순례가 지향하는 것은 결국 무위(無爲)의 경지다.

간이역 시리즈 1, 2권에서도 밝혔듯이 만남도 이별도 없는, 서러운 시를 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하늘역'이 종착역인 것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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