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 정모(40·여)씨는 모 신용카드사로부터 대출받은 600만 원 중 150여만 원을 갚지 못해 냉장고, 피아노, 세탁기, 소파 등 가구 전체를 얼마 전 법원으로부터 압류당했다.
압류품을 150여만 원에 낙찰받은 물품 판매업자는 정씨의 집에 들어가 "조만간 물건을 모두 들어내겠다"며 '만약 되찾고 싶은 압류 물품이 있다면 낙찰가에서 웃돈을 좀 더 내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씨는 물건을 되찾을 수 없었다.
정씨는 "전문 경매인들이 소중한 살림살이를 헐값에 경매받아 3, 4배의 웃돈을 얹어 되살 것을 강요했다"며 "되살 돈이 있다면 빚을 갚지 왜 압류를 당하겠느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경기 침체로 빚을 갚지 못해 살림살이까지 압류당하는 경우가 크게 늘면서 일부 경매인들이 낙찰받은 물품을 채무자들에게 곧바로 웃돈을 얹어 되파는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사법당국은 이들 경매인에 대해 '사법처리할 방법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교묘한 물품강매=김모(34·여·서구 비산동)씨는 3년 전 ㅇ신용카드사에서 900여만 원을 대출해 친구에게 빌려줬다가 이를 갚지못해 신용불량자가 됐다.
카드 빚이 불어나자 여러개의 카드를 새로 만들어 '돌려막기'로 버텼지만 원금과 이자가 1천600여만 원으로 불어나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채권자인 ㅇ카드가 강제집행을 단행, 지난해 11월 텔레비전, 세탁기, 장롱, 컴퓨터 등 10여 개 물품이 70만 원에 경매를 통해 넘겨졌다.
이후 물품을 산 경매꾼들이 며칠 간격으로 찾아와 150여만원을 얹어 되사라고 했다.
김씨는 "물건이 수지가 안맞으니 빨리 되사라고 강요했다"며 "심지어 문 밖에 모인 이웃들에게 '돈도 안갚는 파렴치한' 운운하며 창피까지 줬다"고 했다.
결국 김씨는 낙찰가 5만 원에 경매된 자신의 장롱을 2배인 10만 원에 되살 수밖에 없었다.
△제재방법 없는 불탈법(?)=경매 후 물품에 대한 권리는 모두 경매인들에게 위임되는 탓에 경매꾼들의 교묘한 강매행위에 대해서는 제재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한 피해자는 "경매 집행관이 현장에서 경매가를 부르면 4, 5명의 경매꾼들이 마치 담합이라도 한 듯 한 푼도 올리지 않고 경매가 그대로 물품을 구입한다"며 "헐값에 넘긴 것도 억울한데 그 자리에서 몇 배 가격에 되팔려고 하는 것은 불·탈법을 떠나 힘없는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내는 처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매를 담당했던 집행관은 "경매에 부치기 위해 물건값을 적정 선에서 매기는 일만 할 뿐"이라며 "집행관 사무실이나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고를 보고 오는 경매인들이 대부분이며, 채무자가 아끼는 물건을 웃돈을 주고 되사는 것도 문제가 안된다"고 했다.
채권추심을 단행한 카드업체 관계자는 "경매 현장에서 관례상 채무자가 아끼는 물건을 되사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나 경매인과의 거래일 뿐 우리와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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