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에 있는 알짜 중견기업들은 왜 대구로 옮기고 싶어할까? 대구시민이 바라는 굴지의 대기업은 왜 대구를 외면할까?
옛 삼성상용차부지(이하 삼성상용차부지) 입주업체로 현대엘씨디(주), (주)디보스, 한국OSG(주), (주)참테크, (주)케이티브이글로벌, (주)성진파스너 등 6개 사가 선정되자 대구-구미-수도권 경제권의 함수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상용차부지는 대도시 도심에 인접해 있으면서 지하철이 드나드는 보기 드문 입지조건을 갖춰 대구경제에 획기적 전환점을 가져다 줄 대기업이 유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심 기대를 모았던 곳. 입주업체 선정 결과 대기업이 없어 지역민의 바람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유망 중견기업들이 잇따라 들어옴으로써 지역경제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됐다.
◇대구와 구미의 관계
삼성상용차부지 입주가 예정된 7개 사(지난해 상반기 입주 결정된 희성전자 포함) 중 성서공단에 있는 한국OSG와 성진파스너를 제외한 5개 사가 구미산업단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현대엘씨디(=현대 하이닉스에서 분사된 기업으로 현대그룹과는 관계 없음)의 경우 중국 비오이 사 지분이 47%에서 39.11%로 줄고 반도체엔지니어링(본사 구미)의 지분이 55.85%로 크게 확대됨에 따라 삼성상용차부지 입주 계획이 탄력을 받았다.
본사가 서울에 있는 희성전자는 이미 성서첨단산업단지 1만3천 평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면서, 이번에 또 삼성상용차부지 3만 평을 추가로 분양받았다.
LCD 모듈을 주로 생산하는 희성전자는 생산품 100%를 구미에 생산기반을 둔 LG필립스LCD에 공급한다.
디보스와 케이티브이글로벌, 참테크는 아예 본사가 구미에 있는 중견기업들이다.
이들 기업들은 현대엘씨디와 함께 삼성상용차부지 입주와 동시에 본사를 대구로 옮길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모바일·디스플레이 분야에 세계적 생산력을 가진 구미산업단지가 있었기 때문에 대구 삼성상용차부지에 이 같은 알짜 중견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었다.
◇대구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
구미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알짜 중견기업들은 왜 본사까지 대구로 옮기고 싶어할까?
"국내외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중견기업으로서 우수 인재 확보는 절체절명의 과제인데, 구미에서 인재를 구하는 데 한계를 느낍니다.
" 기업이전 소식을 듣고 달려간 경북도 공무원에게 기업인들이 쏟아낸 한결같은 반응이다.
구미보다 대구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 삼성상용차부지 선택의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면, 대구의 인재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대구시가 제시한 삼성상용차부지의 평당 잠정 분양가는 주변시세의 절반 이하인 77만 원. 구미4단지 평당 분양가 43만 원과 비교하면 34만 원의 차이가 난다.
케이티브이글로벌이나 참테크의 경우 이 정도 비용을 더 부담하더라도 인재 확보가 유리한 대구 삼성상용차부지를 선택한 셈이다
그러나 조만간 매출 규모가 수천억~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엘씨디와 디보스는 이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을 치른다.
디보스는 대구시가 평당 17만 원을 보조해 평당 분양가를 60만 원 정도로 했기 때문에 구미4공단과 평당 17만 원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50%의 분양가 보조를 잠정 약속한 현대엘씨디는 구미4공단보다도 오히려 싸게 들어온다.
◇대구―구미 상생의 길을 모색하라
왜 대구시민이 바라는 굴지의 대기업은 대구를 외면할까?
전문가들은 중견기업들이 구미 대신에 대구를 선택한 것과 마찬가지 이유로 대기업은 대구 대신에 충청권을 포함한 수도권을 선택한다고 설명한다.
구미에 있는 대기업들은 지역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을 뽑을 수 있지만, 수도권의 풍부한 인력에 비해서는 경쟁력이 못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삼성상용차부지 입주기업은 물론 대부분의 대구 유망기업들은 구미의 대기업 및 이들 협력업체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만일 구미 대기업의 생산시설이 한계상황을 맞고 있는데도 추가투자는 수도권에서만 계속 이루어질 경우 머지않아 구미와 대구의 경제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산업을 주도하는 메이저 기업이 구미에 없는 한 대구의 유망 중견기업들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구미의 발전은 대구의 발전으로, 대구의 경쟁력은 구미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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