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는 그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한다. 그 사회를 주도하는 대중문화의 특성을 보면, 그 사회구성원들의 심리적 욕구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요즘 성적인 몸짓과 옷차림은 10대들에게 폭발적인 흡인력을 가지고 퍼져나가고 있다. 10대들의 거센 도전 앞에 기성세대들은 큰 혼란을 겪고, 이에 맞춰 상업적 이윤을 위한 기업과 대중매체들의 부추김이 가세해 그들의 정당성을 강화시켰다.
영화 '몽정기2'는 첫사랑의 감정을 겪는 여고생의 성 심리를 다루고 있다. 여학교에 부임한 교생 봉구를 두고 제각기 성적 판타지에 빠져드는 여고생들은 성적 지식이 천양지차다. 거의 백치 수준인 성은이, 습득한 성 지식은 많으나 경험이 없는 수연이, 이론과 경험을 두루 겸비한 세미 등 다양하다.
그러나 남자 선생님의 관심을 끌려는 방법론은 오직 하나뿐 이다. 섹시한 것만이 우월과 찬스의 의미로 통용되는 분위기에서, 너도나도 섹스어필을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해결책으로 여긴다. 이들의 성적 일탈은 점차 도를 넘어서서 취기의 힘을 빌어서 선생님의 원룸을 찾아가 섹스를 요구하기도 한다. 학교 선생님들조차 섹시한 학생에게는 모든 것을 허용해주는 분위기이다.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 청소년은 몸은 빨리 성숙하는데 비하여, 정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는 아직 어른 취급을 받지 못하고, 7, 8년 이상의 교육이나 준비가 더 요구되어 정신사회적 모라토리움의 시기가 점점 길어진다. 이런 연유로 인한 오랜 성적 억압에 대한 반동일까, 아니면 성으로의 도피일까.
호르몬의 변동으로 인해 청소년들은 감정이 불안정해지고, 성충동이 증가하고 성숙한 신체는 욕구 충족의 갈등을 겪게 된다. 청소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식화하거나 현학적이 되기 쉽고, 이상주의나 금욕주의에 빠져들기도 한다. 또 종교에의 귀의나 몰입도 흔히 보인다. 반대로 성 비행, 혹은 문란한 성, 극심한 쾌락주의로 행동화하기도 한다.
요즘 '어머나'라는 대중가요가 '어머나 신드롬'을 형성할 만큼 인기 절정이다.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오늘 처음 만난 당신이지만 내 사랑인 걸요/…괜찮아요. 말해봐요/ 당신 위해서라면 다 줄게요."
초고속 인터넷, 초고속 열차처럼, 남녀간의 사랑도 뜸들이지 않는 초고속이다. 즉각적인 욕구 충족을 연기하지 못하는 가사와 섹시 어필하는 어린 가수의 제스처는 '몽정기2'에서 보이는 우려를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어머나 신드롬'은 다 자란 성인들의 집단적 퇴행과 나르시즘의 향유에 빠져있는 병적 인격의 만연을 보여준다면, '몽정기2'는 청소년의 성충동과 호기심을 극심한 쾌락주의와 성행동화의 본보기를 제공하고도 무책임하게 있는 대중매체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여과없이 대중을 파고드는 이런 현상은 자라나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깊은 병폐로 확산될 것은 뻔한 귀결이다.
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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