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묘역·위령탑 표류…유족들 허탈

아물지 않는 상처(2) 제자리 찾지 못한 추모사업

추모사업중 가장 큰 '지하철참사희생자추모묘역' 조성사업은 장기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시의 조정력 부재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추모묘역은 2003년 6월 추모사업추진위원회, 유가족, 대구시가 수성구 삼덕동 천주교공원묘지 인근에 조성키로 합의했으며 묘역 200기, 위령탑, 주차장을 갖춘 3천800여 평 규모다. 그러나 수성구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는 바람에 묘역 조성의 사전 절차인 그린벨트 관리계획 변경안이 지난해 12월 이후 세 차례나 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됐다가 유보됐다.

희생자대책위 황순오(38) 사무국장은 "추모묘역은 단순한 묘지가 아니라 참사의 교훈을 되새기는 장"이라며 "묘역 조성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데 대해 유가족 대부분이 허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2·18 대구지하철참사유족회 강달원(43) 대표는 "'유가족과 수성구민이 대안을 만들어 오라'며 결정을 미룬 도시계획위원회의 태도는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했다. 삼덕동 주민들은 어떤 형태로든 '묘지'는 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하철참사 희생자공동묘역 수성구조성 반대특별위원회' 박민호 위원장은 "지난 30여 년간 그린벨트로 묶여 피해를 본 일대 주민들로서는 어떤 좋은 의미의 묘역조성도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초 추모묘역내에 조성될 계획이던 위령탑도 부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는 16일로 예정된 도시계획위원회 안건에 추모묘역안을 포함시키지 않을 전망이어서 추모묘역 조성 여부는 장기화될 우려를 낳고 있다. 시민안전교육관도 당초 수성구 삼덕동에서 달성군 화원유원지내로 입지를 옮겨 추진중이다. 시는 최근 방재관련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달성군 화원유원지 27만여 평에 추진중인 '방재테마공원'에 포함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대구시 박수정 치수방재과장은 "오는 4월 방재테마공원에 대한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유가족 측과 협의, 안전교육관 부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안전교육관에는 각종 재난 체험관과 안전교육자료, 첨단 방재시스템 등이 선을 보인다.

중앙로역 지하 2, 3층에 사고 당시 상태로 봉인한 '추모벽'도 현장보존 또는 이전 여부가 미정이다. 부상자가족대책위 측과 일부 유가족 측이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흉물"이라며 보존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m가량의 추모벽에는 타다 남은 대합실 사물함, 공중전화 부스, 천장판 등이 사고 당시 대로 남아 있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보존시설을 갖춰 현장에서 일반인에 공개할지, 안전교육관이나 추모묘역으로 갈지는 시와 유가족 측이 협의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사고 전동차인 1080호. 1079호 12량도 동구 안심차량기지 내에 천막으로 덮어둔 상태로 1년째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 전동차는 참사 직후 달서구 월배 차량기지에 보관하다 지난해 1월 말 안심차량기지로 옮겨졌다. 이 역시 유가족과 시의 협의에 따라 안전교육관 등으로 머물 곳이 정해질 예정이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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