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12일 선거법 개정 후 단속 강화와 엄벌이 알려지면서 손을 벌리는 유권자는 아예 없을뿐더러 국회의원, 광역·기초의원과 자치단체장은 물론 정치지망생들은 명절 선물은 엄두조차 못 내고 몸조심을 하고 있다.
지역구 모 국회의원은 설명절 때 평소 도움을 준 이들에게 일일이 전화로 선물을 대신했고, 대구 달서구청장과 경북 성주군수는 일체의 공식일정을 없애고 설 연휴를 보냈다. 일부 단체장은 주민들과 함께하는 윷놀이,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 축제' 참석 일정도 취소했다.
모든 정치인들의 얼어붙은 명절 분위기는 대구와 경북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발, 경고 등 행정조치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구시선관위는 지난 1일부터 한달 동안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에 나섰지만 15일 현재 위반사례는 전무한 상태며 제보조차 거의 없다.
경북의 경우 재·보궐선거를 치르는 경산, 영덕, 청도, 청송 등 4개 시·군에서 3건이 적발돼 고발 1건, 경고 2건 등이 조치됐을 뿐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지난해 고발 2건, 경고 9건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줄었다.
경북도선관위 윤대락 지도계장은 "한층 강화된 선거법을 의식해 현역 정치인과 예비후보자 등이 오해 소지가 있는 일은 아예 않고 있다"며 "깨끗한 선거풍토로 가고 있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바뀐 선거법이 건전한 미풍양속이나 작은 나눔의 인정까지 막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 또한 적잖다.경북도 한 군수는 "군민들과 함께하는 세시풍속 놀이 축제조차 가지 못해 아쉽다"며 "평상시 자연스럽게 하던 행동마저 선거법에 저촉될까 우려해 자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불평했다.
한 국회의원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도 보내지 못한다"며 "이는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나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각 시·군·구청이 계획했던 무료영화상영, 새해맞이 떡국대접, 불우시설 방문 등 나눔행사마저 줄줄이 취소하는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구시선관위 관계자는 "새 선거법은 '고비용 저효율'의 선거구조를 바꾸고 결혼, 장례, 명절 등을 핑계삼아 금전과 향응을 제공하는 행위를 막자는 데 의의가 있다"며 "특히 현직 국회의원, 단체장의 경우 해당 지역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맞서는 경쟁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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